주민이 잡은 강도, 경찰이 공 가로채려다 들통|기자들 현장확인에 "경찰말 안믿느냐" 오히려 큰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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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루탄포장까기 부산]
○…관할지역에 대학이 있는 서울시내 경찰서들은 최근 대학생들의 집단시위가 잇따르자최루탄·사과탄 등의 비축량을 두배이상 늘리는 등 초긴장.
서울청량리경찰서의 경우 최근 관내 파출소에 전언통신문을 보내 파출소 방어를 위한 자체경비강화를 지시하는가 하면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부터 매일 전경 4∼5명씩을 동원해 최루탄과 사과탄의 포장을 벗기느라 부산.
출동했다 들어와 미처 쉴새도 없이 포장 벗기기 작업을 하고 있던 한 전경은 『꿈속에서까지 최루탄과 씨름할 정도』라며 『역시 4윌은 잔인한 달』이라고 의미있는 한마디.
["출동빨라 검거" 주장]
○…지난 22일 서울논현동 가정주부 살인강도범이 사건발생 1시간만에 불잡히자 서울강남경찰서는 『파출소순경의 출동이 빨라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사건현장에 달려간 기자들이 범인은 이재필씨(33) 등 동네주민 3명이 붙잡아 나일론 빨래줄로 묶어놓은 것을 뒤늦게 출동한 경찰관이 파출소로 데려갔다는 사실을 밝혀내자 안절부절.
그런데도 강남서 한 수사간부는『기자가 경찰말을 안믿고 주민들 이야기만 듣느냐』며 끝내 검거경찰관이라고 내세운 순경을 데려와 손등에 긁힌 상처를 보여주기도.
이를 본 주민들은『범인을 잡은 용감한 시민들은 검거의 공을 경찰관에게 돌리려고 자신의 이름까지 밝히기를 사양하는데 뒤늦게 달려온 경찰이 악착같이 공을 가로채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며 수군수군.
[이번엔 「어물어물」행정]
○…「갈팡질팡행정」으로 여론의 호된 매질을 당한 문교부가 이번에는 또「어물어물행정」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
지난22일 시·도교위가 문교부에 보고한 86학년도 대학입학학력고사지원예정자 집계가 신문에 보도되자 문교부는『보도내용이 공식집계와 다르다. 2∼3일후 보고숫자를 수정발표할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발표.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집계내용을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독촉에 문교부 관계자는『숫자의 차이가 의미있는 정도는 아니나 발표는 않기로 공보관과 합의했다. 2, 3일후에도 발표는 못할 것 같다』고 조금전의 말을 뒤집어 아리송한 태도에 주위사람들이 아연실색.
이를 전해 들은 문교부직원은『갈팡질팡 행정으로 그만큼 매질을 당하고도 문교부가 사실의 은폐나 숫자조작을 하려드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며 『엊그제 손장관이 「문교행정이 천방지축으로 보이게 된 것은 사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며, 앞으로는 어떤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사실을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장관 따로 직원따로」의 고질이 그새 되살아났느냐』고 한숨.
["꾀병 부린단 말이냐"]
○…「온산괴질」 시비가 지난23일 환경청의 역학조사 결과발표로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이 소식을 들은 현지 주민들이『그렇다면 우리들이 꾀병을 부리는 거란 말이냐』고 반발.
최수일 환경청장은『주민들이 공해병을 이유로 이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결과 공해병의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않았다』고 주민들의 주장을 일축하면서도 『이주대책은 관계기관과 적극협조해 단시일안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대답, 해결기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암시를 주기도.
한편 이번 역학조사에 직접 참여했던 S대의 의학전문가들은『조사소견으로 공해병의 징후가 없는 것은 확실하나 심한악취가 나는 등 온산이 주거환경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현장에 가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주민들의 이주대책은 인간생활의 기본권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혀 공해병 시비이전의 문제임을 강조.
[의사-약사출신 이견커]
○…의사회와 약사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진통을 겪고있는 목포의·약분업문제는 보사부 관계국장들까지 각각 의사와 약사출신으로 갈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
의사회측은 의·약분업의 전제조건으로 ▲항생제를 비롯,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화의 위험이 있는 약품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마음대로 팔수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약사회측은 ▲이들 약품의 자유판매를 규제하는 조건이라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제도, 이 규제대상에 포함시켜 병원측이 마음대로 구입,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국에서 팔도록해야 한다고 주장.
이와 관련해 의사출신인 의정국장은 아무래도 의사회의 주장을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고, 약사출신인 약정국장 역시 약사회의 이익을 해치는 대책은 세우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들. 이해원장관도 이런 역학관계를 알아차린 뒤 약정·의정국장을 불러 『목포의·약분업문제는 우선 두 국장이 의견의 일치를 보는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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