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드는 북핵 공격 억지효과 매우 제한적”…21일 세종연구소 포럼 발표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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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양국 간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실무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공격 억지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국내 대표적인 외교안보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 : 외교ㆍ안보ㆍ통일’을 주제로 21일 열리는 제31차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손꼽히는 외교안보통일분야 민간 연구기구인 세종연구소 공개 토론회에서 ‘사드 한계론’이 제기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중앙일보는 세종연구소 포럼 하루 전인 20일 토론 발표문을 미리 입수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핵 대비 안보 태세와 북핵문제 해결 방안’이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남북간 거리가 짧아 북한의 미사일이 불과 3~5분 이내에 남한 곳곳을 가격할 수 있고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이 400기 이상 되므로 이를 100기 이내의 요격 미사일로 막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MD(Missile Defenseㆍ미사일방어)는 효용이 크지 않은 보완적 방어무기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이런 맥락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공격을 억지하는 데 매우 제한적인 효용을 갖는 조치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전면적인 미국 MD 참여는 한ㆍ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자제하고 현재 추진하는대로 한국형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밝혔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사드는 배치 비용이 큰 반면 효용이 작고 중국 반발만 부르고 있다”며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핵무기로 평양을 즉각 공격할 것임을 약속하는 한미 핵안보 협약을 맺거나 ‘북한의 비핵화 이행 시 재철수’를 전제로 미국 전술핵을 조건부 재배치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방향’ 발제를 맡은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편론’을 편다. 정 실장은 발표문에서 “북핵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지금까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고 체계적으로 통합돼있지 못했다. 다시 말해 컨트롤타워 조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안보통일정책실’로 개편하고 장관급 안보통일정책실장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핵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전략,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발전 전략을 수립해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고 부처 간 정책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국가안보전략실’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국가안보실의 전략기능 보완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다.

정 실장은 또 현 정부에서 신설된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고 두 명의 부위원장 간 역할 분담도 뚜렷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회의도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부의 통일정책 수립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준위 대안으로) ▶북핵 문제 대응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정치권ㆍ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한반도평화발전위원회’(한평위)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준비위 대안이 될 한평위 위원장직은 대통령이 아니라 통일부장관이나 민간 전문가가 맡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21일 세종연구소 포럼에서는 차기 정부의 대미ㆍ대중ㆍ대일 외교정책 방향도 제시된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발표문 ‘차기 정부 대미 정책’에서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미ㆍ중 간 균형외교가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의 국력쇠퇴와 중국의 부상으로 미ㆍ중 간 외교적 공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향후 미국의 회복으로 이와 같은 공간은 점점 더 작아질 것으로 보이며 차기 정부는 이에 대비한 대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연구소 이태환 중국연구센터장은 발표문 ‘차기 정부 대중 정책’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 우려사항에 대한 이해와 이를 불식시켜나가는 노력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 내지 묵시적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며 ‘대중국 통일외교 강화론’을 폈다.

세종연구소 이면우 수석연구위원은 발표문 ‘차기 정부 대일 외교 과제’에서 “차기 정부는 정치ㆍ경제 분리 원칙에 기초해 일본과의 신뢰를 다지고 증진시키는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분야 국정과제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포럼은 21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 수정구에 있는 세종연구소 대회의장에서 열린다. 토론 주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안보(제1회의) ▶주요국(미ㆍ중ㆍ일) 외교(제2회의) ▶글로벌 외교과제(제3회의) 등이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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