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 설치한 건물이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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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예술품 의무 설치 규정이 강화되어 한국 미협이 즐거운 비명이다.
예술품 설치로 미술인의 작품 제작 의욕을 북돋우고 사기를 높이지만, 예술품의 질, 건축주의 이해 부족 등으로·문제점이 없지 않다. 예술품 설치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봤다.
서울시는 86, 88 국제 행사에 대비, 서울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서울시 건축 조례 제 19조 5항, 시장 지시 제 133호(84년 7월 19일)로 미관 지구 안에서 건축하는 11층 이상 건축물, 건축 연면적 1만평방m(3천 24평) 이상 건축물에 건축 공사비용의 1백분의 1 금액에 상당하는 예술품을 설치하지 않으면 준공 검사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문예 진흥법 13조로 정한 권장 규정을 강제 규정으로 강화한 것.
서울시로부터 미술물 설치 심의를 의뢰 받은 한국 미협은 전문 10조로 된 건축물 부설 예술 장식품 심의 규정을 마련하고 지금까지 9개 건물에 28작가의 작품 28점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 강동구 성내동소재 유니버스 백화점·유니버스 관광 호텔에 설치한 전인환씨 작품 『코끼리』는 작품의 예술성 결여로 부결되고, 강남구 역삼동소재 광성 빌딩에 설치한 김경옥씨 작품 『평화 74』는 작품값 미달로 보완, 『평화 75』를 1점 더 설치했다. 지금까지 신축 건물에 작품을 제작한 작가는 동양화가로 이유태 김옥진 이종상 허행면, 서양화가로 오승윤 최예태 이태길 최쌍중 조규일 조영훈 김대원 김 춘, 조각가로 최기원 정관모 김창희 김경옥 김경화 김윤화 이일호 전인환, 섬유 예술가로 이기순씨 등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준공 검사에 대기 위해 졸속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예술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
미술평론가 이역성씨는 『건축물을 설계할 때 예술품을 제작할 작가를 선정,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 되도록 건축가와 작가의 사전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준공 때 제자리에 설치되었는가를 확인하고 작품이 영구 보존되도록 등록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작품 가격 산정도 엄격히 하고, 건축주와 작가의 직접 협의로 이루어지는 덤핑 행위도 자제해야 한다.
서양화가 변종하씨는 『50억원씩 들여서 건물을 짓는 건축주가 5천만원짜리 예술 작품 제작비에는 인색하다』고 지적, 예술품 설치비용은 면세되어야 한다고 내세웠다.

<이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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