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실업…급해진 정부 경기부양 수단 총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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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분배를 강조해 오던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저성장의 늪에 빠져 성장의 추진력마저 상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실업자가 늘고, 국민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진다. '성장'의 기반이 무너지면 '분배'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 여지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10일 콜금리를 내린 것은 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뜻밖이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경기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중에 이미 3백80조원의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흘러다니고 있는데, 세금을 깎아주고 금리를 내려 돈을 더 푼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금리를 내렸는데도 이날 주가는 되레 떨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올 들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불확실하고 노사관계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재정.금융정책도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외환위기 직후와 2001년 세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를 제외하면 정부가 경기선행적으로 정책을 폈던 적이 없다"며 "이번 추경 편성이나 감세.금리인하도 때를 놓쳤다"고 말했다.

추경 예산이 늦어져 실제 돈이 풀리는 것은 올해 말께나 가능하고, 근로소득세도 경감폭이 미미해 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승용차 등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인하한 것이 눈에 띄는 대책이지만 최근 소비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금리 인하는 5.23 부동산 대책 이후 간신히 안정을 찾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연구위원은 "콜금리를 또 낮춘 것은 득보다 실이 큰 조치"라며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경기는 당초 우려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인 7% 성장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고, 정부가 연초에 목표로 잡은 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송상훈.홍병기 기자 <mode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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