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관계의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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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한미간에는 시급을 요하는 현안문제는 없다. 그러나 양국관계는 너무나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꾸준한 협의와 협력이 요구된다. 이번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도 그런 계속협의의 관점에서 고려된 것 같다.
한미간에 협의가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안보문제다. 이 안보문제야말로 미국의 세계전략 및 우리의 생존문제와 관련된 양국관계의 기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체육·경제분야의 많은 국제행사를 갖게 된다. 우리가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동정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의 단순한 무장간첩사건이나 휴전선에서의 무장도발은 우리의 내부문제로서 우리 힘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그같은 북한측 도발은 국제행사를 방해하고 외국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세계에 대한 도발이 된다.
특히 북한은 최근 들어 군비를 강화하고 병력을 남진 배치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충분히 토의되고 확고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 대책은 한미간의 노력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중공과 소련을 통한 국제적 보장을 받는 데까지 확대돼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미국상사에 의한 대북한 헬리콥터판매문제는 그런 점에서 더욱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
한국분단의 1차적인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상사가 우리 분단의 비극을 실리추구를 위해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현행 국법이나 정책에도 위반되는 일이다.
우리측은 미국으로부터 그 같은 어글리 아메리컨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확고한 약속을 받아야함은 물론 헬기 87대의 유출로 인한 우리의 안보상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장비지원을 받아내야 한다.
동북아주변정세 토의도 우리의 중요관심사다. 우리는 남북대화를 앞두고있다. 중공과의 관계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이 양자가 상호 연결되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소련의 극동군강화, 특히 이 지역에서의 핵배치 확대경쟁이 우리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소련과 핵군축회의를 가지면서 미소간의 대륙간 미사일이나 유럽배치 중거리 미사일문제만 다루었지 극동지역 핵군비문제는 거론조차 않고 있다.
이것은 인도주의나 보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잘못된 노선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한미양국은 여러 차례 교역상의 갈등을 빚어왔다. 그것은 최근 우리의 대미무역이 혹자로 전환되면서 본격화됐다.
작년의 경우 우리는 미국에 1백4억달러어치를 수출, 36억달러의 출초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리의 대미출초는 고작 82년이후 4년째의 일이다. 그 이전의 30여년간 우리는 대규모의 대미입초를 감수해 왔다.
더구나 우리는 GNP의 50%가 넘는 외채와 6%의 국방비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취약한 경제구조는 우리의 안보나 미국의 세계전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미국은 최근 한국상품에 대해서 수입을 억제하는 한편우리에겐 수입자유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재고되고 수정돼야할 문제로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진지하게 다뤄져야 하겠다.
한국의 정치발전문제는 미국측의 중요관심사인 듯하다. 최근 미국은 우리의 정치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진전될 수 있도록 미국은 강력히 요구할 것 같다.
한미정부간의 관계가 좋을수록 미국은 우리의 국내정치발전문제에는 냉담해 왔다. 그런 현상은 미국의 공화당집권시기에 특히 현저했었다.
전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교민문제를 특별히 배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재미교민은 교포와 체류자를 합쳐 78만5천명이다.
이로써 미국은 81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교민 거주국이 됐다. 따라서 미국사회에서의 우리교민문제는 우리가 보다 세심히 배려해야할 정책적 과제로 등장됐다. 지금은 이들의 법적·경제적 지위보장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정상외교란 그 행사 자체로 끝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상호 소모되는 정상외교는 가시적인 상호이익으로 결실돼야 한다. 이것은 수행하는 각료들의 임무로 남는다.
우리는 그간의 정상회담의 성과를 제대로 거둬가고 있는가를 항상 되돌아보면서 실을 얻기 위한 사후외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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