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남은 세비 44억 … “당대의 논란 매듭짓는 게 본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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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정

“당대의 논란을 다음 국회로 넘기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회 원로들에게 듣는다
임채정 “차기에 부담 주지 말고
이제라도 일하는 국회 기풍을”

박관용 “여야 모두 고집 버리길”
조순형 “의장단 리더십 손봐야”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17대 국회 하반기(2006년 6월~2008년 5월)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출신 국회의장이었다. 임 전 의장 임기 중에 노무현 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가 탄생했다. 17대 국회는 2008년 4월 총선 이후인 5월에 7차례의 본회의를 열었다.

임 전 의장은 “의장으로서 당시 제기된 중요한 안건을 결론짓고 가기 위해 5월까지 본회의를 열었다”며 “하지만 쇠고기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 등 (중요 안건은) 막판까지 논란을 빚고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국회의 부담스러운 주제를 유야무야 넘겨서 차기 국회에 부담을 주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떠나는 날까지 세비가 나오는 국회의원이라면 끝까지 할 일을 하는 것이 도리이자 본분”이라며 “이제라도 ‘일하는 국회’라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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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16대 국회 하반기(2002년 7월~2004년 5월)의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돈을 받았으면 당연히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월급날’은 매달 20일이다. 이번 20일에도 의원 1인당 일반수당 640만원과 입법활동비 300만원 등 1000만원 가까운 돈이 나온다. 한 달에 100만원가량인 특별활동 수당도 마찬가지다. 총연봉 3억9513만원에 달하는 보좌진 7명과 유급인턴 2명의 월급은 물론 차량유지비, 의원회관 운영비도 똑같이 지급된다. 남은 40일간 292명의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돈은 최소 44억원에 달한다.

박 전 의장은 ‘마지막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각 당이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선했다는 것은 국민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뜻”이라며 “달라진 의석을 무시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안 처리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을 맞은 야당에 대해서도 “국민의 절묘한 선택으로 배분된 20대 국회에서는 협치와 타협, 절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야당도 의석을 믿고 고집을 피워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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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

박 전 의장은 “다음 국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정책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며 “당장 18대 국회 때 만들어져 19대 국회의 ‘룰’이 됐던 ‘선진화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 조순형 전 의원은 “국회의원의 윤리기준이 선언적 성격밖에 없어 구속력이 없다”며 “먼저 이를 제대로 고치고 전 의원이 국민 앞에서 ‘복창’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당적·중립적이어야 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특정 정당의 이권을 대변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리더십을 손보는 것이 ‘일하는 국회’를 위한 단초”라고 말했다.

강태화·장원석 기자 thkang@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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