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도 한마디] 자녀 부담 덜고 생활도 여유 … 주택연금같은 효자 있을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기사 이미지

최불암
방송인(주택연금 홍보대사)

70대를 넘어선 우리 세대는 매우 힘든 시기를 거쳐왔다. 전쟁의 폐허를 경험했고, 급변하는 경제발전을 함께 해왔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지만, 우리 때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셋방살이로 시작해 주인집 눈치를 보며 집없는 설움을 겪다가 마침내 내 집을 갖게 되었을 때, 그때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을 우리 세대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렇듯 ‘내 집 마련’, ‘내 소유의 집’이란 우리 세대에게 단순한 재산 증식의 의미가 아니다. ‘집’은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이자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보금자리였다. 집을 넓히는 것은 가족이 함께 해온 삶의 터전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었고, 그 자체로 성공의 상징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집을 활용해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주택연금의 개념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2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 회장 역할을 맡으면서 일찍이 노인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나였지만 주택을 활용해 노후를 대비한다는 개념은 낯설었다. 그러던 차에 주택연금 홍보대사로서 국민 주거안정과 행복노후를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면서 주택연금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주택연금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만난 한갑용(70)씨는 은퇴 후 별다른 소득 없이 지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신 분이다. 기존에 받던 국민연금에 주택연금을 더하여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받게 되면서 오히려 자녀 보험까지 들어줬다고 한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아내도 지금은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여유롭게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주택을 상속하겠다는 인식만 바꾸면 자녀의 부양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노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 주택연금을 받으며 만족해 하는 다수 가입자들을 만나본 후 주택연금이 우리 세대에 정말 필요한 제도라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세대에게 ‘집’은 자식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는 터전이자 대대손손 물려주는 가장 큰 재산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자녀와 따로 사는 경우도 많고 스스로 감당해야 할 노후도 길어졌다. 경제도 어려운데, 단지 효도만을 내세워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은퇴는 빨라지고,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진 노후를 보내야 하는 노인들에게 생활비와 병원비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노후를 위한 대비가 충분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유일한 자산인 ‘집’을 활용해 자녀의 부담을 덜어주고 살아생전에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주택연금이 바로 그 해답을 제시한다.

자녀들에게 ‘집’ 한 채는 물려주고 싶은데 그것마저 다 쓰고 가는 것 아닌가 하고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 집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고 부채를 넘겨주지 않는 것이 자녀를 위해서도 최선이기 때문이다. 최근 파산하는 사람 4명 중 한 명이 60세 이상 고령자라고 한다. 예전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노년에 부채 없이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주변에 집은 있지만 생활비가 없어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기다리며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노후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상속을 위해 집을 끼고 앉아 자녀들의 용돈을 받으며 눈치 볼 필요가 있을까.

집은 이제 자식에게 남겨줄 ‘유산’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쓰고 갈 마지막 ‘자산’이 되었다. 집을 물려주는 것보다 집을 활용해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는 것이 자식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달라지는 세태 속에서 이제 우리 상속 문화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집’이 아니라 우리의 ‘행복한 노후’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최불암 방송인(주택연금 홍보대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