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히는 부동산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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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무척 어려워졌다. 분양 경기가 갈수록 나빠져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정부의 대출억제 요청이 잇따르면서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동대문 굿모닝시티 사건이 터지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대출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늦어지거나 벽에 부딪혀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땅 계약금만 내고 사업용 부지를 확보한 뒤 은행에서 수십억~수백억원을 조달, 토지 잔금을 치러 분양에 나서는 방식으로 최근 1~2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사업을 해왔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L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옛 삼성물산 주택전시관 터에 아파트 사업을 하려고 S은행과 2백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협의했다.

그러나 S은행 측은 L사가 벌이고 있는 모든 주택사업 현장의 현금 흐름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회사의 상황이 어떤 지를 검토한 뒤 대출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말에 이 회사는 사업을 포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분양이 잘 안됐을 경우 회사가 이자 납부와 원금 상환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이 같은 자료를 요청하는 것 같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에는 돈을 빌릴 때 이런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택개발업체인 S사는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서 분양할 아파트에 대해 K은행에 1백억원의 추가 파이낸싱을 요청했으나 어렵다는 전갈을 받았다.

이 회사 자금팀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까다롭게 운용되고 있다"며 "확실한 사업지가 아니면 돈을 대주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부동산 개발업체인 G사는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보유한 업무.상업용지에 주택을 짓기 위해 S은행에 파이낸싱을 요청했으나 상환방법과 이자율에 대한 견해 차이로 옥신각신하다 한 달만에 겨우 대출승인을 얻어냈다.

국민은행 대출담당자는 "최근 2년 동안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졌을 정도로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한 대출이 쉬웠다"며 "그러나 요즘 들어 경기가 불안해 분양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금융기관이 부동산개발이나 건설사업에 투자 형태로 사업비를 대고 나중에 이익금을 챙겨가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사업의 성사 가능성.투자수익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돈을 댈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때 금융기관이 땅값으로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이자와 원금을 회수하는 대출 방식이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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