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매물…국내 기업은 군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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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빌딩을 비롯한 국내 대형 부동산 시장을 외국인이 완전히 장악했다.

많은 외국투자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매입한 빌딩 등을 슬슬 매물로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사는 이들이 내놓은 물건을 매입하면서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투자 여력이 없어 거래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신영에셋 김상태 상무는 "대형 매물의 대부분을 외국인끼리 거래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져 기업 구조조정용 매물이 많이 나오면 외국인이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익 매물 줄줄이=최근의 두드러진 특징은 외국투자회사가 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산 빌딩을 최근 되팔기 시작한 것. 론스타는 올 상반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SK증권 빌딩과 동양증권 빌딩을 팔았으며 골드먼삭스도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을 매각했다.

론스타와 골드먼삭스는 이들 빌딩 매각으로 각 1백40억~2백2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2000년 매입한 서울 종로구 내자동 한누리빌딩을 매물로 내놓았고 네덜란드의 로담코는 여의도 중앙빌딩을 최근 이화재단에 매각했다. 리먼브러더스도 종로구 서린동 센트럴빌딩을 수출보험공사에 팔았다.

빌딩 전문가들은 이들 외국투자회사가 산 빌딩은 투자비의 최소 20%의 시세차익을 챙겼으며 빌딩 임대수익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빌딩시장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역삼동 스타타워(론스타 소유)도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싱가포르투자청이 소유한 중구 파이낸스 빌딩도 매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은 구경만=론스타가 상반기 판 여의도 SK.동양증권 빌딩은 모두 호주 매쿼리은행계 투자회사가 사들였다. 매쿼리는 골드먼삭스가 내놓은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도 삼키며 국내 부동산 시장에 큰 손으로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에 꾸준히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존스랑라살도 로담코가 갖고 있던 역삼동 로담코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투자펀드인 GRA는 역삼동 한솔.교보빌딩을 사들였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상반기 동안 일부 금융권과 공익재단이 소규모 빌딩을 매입했을 뿐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국내 대형빌딩 시장을 주무르는 것은 우리 기업의 투자여력이 없기도 하지만 외국인에게 유리한 제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국투자 회사들은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을 통해 구입자금의 80% 정도를 조달하고 취득세와 등록세,양도세도 면제받기 때문에 국내 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반면 국내기업들은 신용도가 낮아 ABS 발행이 어렵다. 코람코 김대영 사장은 "리츠회사와 국내 기업은 매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부동산 자산을 지키고 리츠를 활성화하려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 바로잡습니다

7월 11일자 E11면 '외국인끼리 사고팔고'기사와 관련, 로담코사는 서울 역삼동 로담코 빌딩을 팔지 않았다고 밝혀 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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