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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성 않는 친박,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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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계파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천 내전’의 주축 세력이었던 친박(親朴)계가 자성하지 않은 채 과거의 행태로 복귀하는 모습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언제 정신을 차릴지 한심할 따름이다.

지난 14일 수습책을 찾기 위해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서청원 전 최고위원은 김무성 전 대표 참석을 두고 “이제 대표도 아니지 않으냐. 나는 (김 대표가) 안 오는 자리인 줄 알고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친박과 비박(非朴) 사이에 신경전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의원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 결단을 내렸다면 정부도, 당도, 자신도 좋았을 텐데 왜 끝까지 출마를 고집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거나 “그렇게(유 의원 등 복당 허용으로) 가면 새누리당은 ‘이념 잡탕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이 가슴속 앙금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는 건 총선 결과를 ‘그들 탓’으로 떠넘기기 위한 것 아닌가. 친박계가 그간 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살생부 논란과 공천 배제 시비를 빚은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유 의원을 당에서 밀어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해당 지역구(대구 동을)에 공천을 하지 않는 꼼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던가. 친박계가 선거운동 중에는 ‘계파 갈등을 않겠다’며 비빔밥을 함께 먹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자리와 복당을 놓고 암투를 벌이는 모습은 가소롭기만 하다. 아스팔트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던 자세는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친박계는 총선 패배 속에서도 그 수가 절반으로 느는 등 당내 입지가 커졌다. 그만큼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뜻이다. 진정 대통령을 위한다면 감언(甘言)이 아닌 고언(苦言)으로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친박계는 온 국민이 싸늘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구태를 반복하는 건 그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