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기술로 벤처자금 90억 모은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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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이상원 퀵소 대표가 화면에 닿는 손끝 모양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자동으로 나타내는 ‘터치 툴’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양쪽 엄지·검지로 네모를 만들어 화면에 대면 카메라가 나오죠? 줌 기능을 당겨서 찰칵해보세요. 또 엄지·검지를 오므리면 지우개가 튀어나와 사진을 지울 수도 있어요.”

실리콘밸리서 창업 ‘퀵소’대표 이상원
마우스 역할하는 ‘핑거 센스’개발
지난해 화웨이·알리바바서 채택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이상원(36) 퀵소 대표는 선 채로 태블릿PC를 꺼내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설명했다. 지난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는 전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열린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 회의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퀵소는 스마트 기기의 ‘터치 스크린’ 입력 방식을 연구한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핑거 센스’ 기술은 스마트폰이 손끝과 손가락 관절, 손톱의 터치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가령 손끝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화면을 캡처하고 싶으면, 손을 뒤집어 손가락 관절로 두 번 두드리면 되는 식이다. 또 지도를 보다가 관절로 동그라미를 그리면 원하는 부분만 자를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8종에 핑거 센스 기술이 탑재돼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2월 알리바바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 ‘윈OS’에도 핑거 센스를 탑재키로 했다. 이 대표는 “올 하반기에도 새 고객사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퀵소는 이 대표와 크리스 해리슨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가 공동창업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주에 있고 직원은 20여 명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해리슨 교수는 인간과 기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의 권위자다.

이 대표는 12일 콘퍼런스에선 “중요한 고비마다 ‘어드바이저 ’를 잘 영입한 덕에 시행 착오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미국 시에라벤처스 등 국내외 VC로부터 총 780만 달러(약 90억 원)를 투자받았다.

포항공대 를 졸업한 이 대표는 삼성전자·대만 HTC 등에서 10년 정도 무선 사업 업무를 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그는 “퀵소의 기술을 자동차·냉장고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활용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글=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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