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편집기사 차옥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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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퀴를 찾아요, 바퀴!』
『여기 있긴한데 방향이 안맞아요.』
『다른 필름에도 없는것 같은데….』
『바퀴를 꼭 찾아야만해!』
기관차 바퀴가 담긴 필름을 찾느라 5평 남짓한 편집실은 순식간에 수라장(?)이 된다.
KBS 제1TV 어버이날 특집으로 제작한 1백분 드라머 『가시고기』의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는 필름 편집기사 차옥진씨(41)의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상황에 따라 순서없이 찍어온 필름을 연출자의 콘티에 맞게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온지 17년째. 『포토 서울』지의 연예담당기자였던 그는 당시 국내 유일한 여성 필름 편집기사인 이경자씨를 취재하다가 「남의 인생을 실컷 구경할수 있다는 점에 반해」 자신도 필름 펀집일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12년간 조수생활을 하던 영화계를 떠나 KBS로 옮겨온 것은 지난 80년 『TV문학관』이 생겨나면서부터. 올로케필름작업으로 제작되는 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비로소 그는 기사가 돼 90여편을 제작해 냈다.
순서없이 촬영된 필름을 장면별로 나누고 커트를 순서대로 연결하는 1차편집이 끝나면 화면 전후관계와 연결에 따른 움직임과 커트의 길이에 따른 리듬을 조정하는 2차편집에 들어간다.
작품당 편집에 걸리는 시간은 대개 3∼4일. 방영시간에 쫓겨 급하게 들어오는 일감이 많아 한달에 열흘은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
작년 6·25특집으로 방영했던 『빛과 사슬』은 4만피트의 방대한 필름작업으로 1주일을 꼬박 밤새워야했던 좋은 예. 그래도 자신이 편집한 작품이 호평을 받을 때면 연출자만큼이나 기쁘기만 하단다. 열렬한 영화광으로 아직도 개봉관이나 프랑스문화원을 빼놓지 않고 찾는 그는 아직 미혼으로 17평 아파트에서 혼자 지낸다.
『필름편집은 섬세한 감각을 요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불모지대인 이 분야에 여성 후배를 많이 양성해내는 것이 꿈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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