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보존지구 제모습 잃어간다|지정만 해놓고 지원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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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가 오래된 한옥이 몰려있는 종로구 가회동·삼청동일대 10개동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해놓고도 2년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관리하지 않은 채 까다롭게 건축을 규제, 정작 보존가치가 있는 한옥의 절반가량이 다방·술집 등으로 임대되는 등 보존지구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시가 보존가치가 있는 한옥만 보존대상으로 지정하지 않고 19만5천평이나 되는 광범한 지역을 통틀어 보존지구로 지정, 건축을 규제하고 정작 보존해야할 지역에는 내부수리와 용도변경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보존지구지정>
전통적인 한옥건축양식을 보존하기 위해 83년5월 서울시가 가회·재·계·원서·삼청·소격·화·안국·송현·사간동 등 10개동 64만5천5백평방m(19만5천2백62평)를 한옥보존을 위한 특정지구로 지정, 이 지구안에는 현재 2천3백여채의 주택이 있으며 이 가운데 1천2백49채가 한옥이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은 윤보선전대통령이 살고있는 안국동8의1 99칸 집으로 대지1천4백11평에 건평 2백50평. 1890년에 세워졌다.

<건축규제>
서울시는 지구지정과 함께 ▲한옥을 헐어 양옥으로 고치지 못하게 하고 ▲양옥의 신·개축때도 외형은 한옥으로 꾸미도록 행정지도를 하다가 84년4월 한옥지구내건축기준(신축)을 제정 ▲단독주택은 1층, 공동주택은 2층, 상업용 건물은 3층 이내로 제한하고 ▲외부는 반드시 한국고유의 건축양식으로 해야하며 ▲지붕·처마·대문·창문·담장도 한옥식으로 꾸미도록 규제했다.

<주민불편>
건축이 까다로와지자 한옥·양옥 할 것없이 땅값·집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뚝 끊겼다. 현재 땅값은 평당 1백만원선으로 지하철 3호선 공사가 다 끝나가는데도 2년째 꿈쩍도 하지않는다.
원서동86의5 이희룡씨(60)는 특히 경기·휘문·숙명 등 명문교가 강남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돈있는 한옥주인들이 팔리지않고 관리하기 힘든 한옥을 세를 놓고 떠나 수준급의 한옥가운데 50%쯤이 셋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옥은 더욱 망가지고 있다.

<유흥업소>
84년1월 H건설이 옛휘문고교자리에 사옥을 지어 입주하면서 83년10월부터 84년4월 사이에 재·계·원서동입구 골목길에는 한정식집 21개, 일식집 4개, 다방 8개, 맥주집 3개, 분식집 5개, 중국요리집 2개, 기원·이발소·미장원 각각 1개씩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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