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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의장 "盧心도 이탈없는 '통합신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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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신당 문제에 대해선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언명했기 때문에 나도 말을 아꼈지만, 사실 한 사람의 이탈도 없는 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김원기 민주당 신당추진모임 의장이 갑자기 '노심(盧心)'을 내세웠다. 김의장은 "정권이 출범할 때 노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그 때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다"며 "요즘도 따로 만나지만 신당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의장은 왜 진작 대통령의 의중을 말하지 않고 있었던 걸까. 김의장은 "대통령을 만나서 얘기한 내용은 밖으로 이야기하기 그런거 아니냐"며 "그동안 일부 사람들이 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전달해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김의장이 말한 '노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이른바 노심을 잘 안다는 측근들과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이 "대통령은 개혁신당을 원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의장은 "좀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통합신당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9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김고문 은 요즘 신당 문제로 강원룡 목사, 월주 스님 등 사회 각계의 원로들을 연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튀는 이야기는 할 입장이 아니에요. 다독거려야 할 입장이니까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요"하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해 보인다. 구주류와 타협 가능성이 있기는 한가.

"미안하지만 신당의 취지부터 다시 한번 밝혀야겠다. 우선 우리 당의 지역주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내년 4월 총선에 현재의 민주당 틀을 고집해선 과반수 의석 확보는 고사하고 제1당이 되기도 힘들겠다는 현실적인 필요에서 새로운 틀의 신당을 추진하게 됐다. 당내 파벌싸움이나 당권 장악 차원으로 보는 건 곤란하다. 전당대회를 열면 쉽게 될 일을 왜 어렵게 하겠는가. 인적 청산을 목적으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그게 목적이라면 굳이 신당을 만들지 않아도 당권만 잡으면 된다."

-최근 구주류인 박상천 '정통모임'회장 등을 만나 이견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타협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속내를 솔직히 말해달라.

"식사나 운동을 같이 하며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구체적 조건 협의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막연한 얘기 같지만 정치를 하다보면 그 분위기가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히 소수만 빼고는 대부분 인적 청산 등의 의혹을 풀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탈당 의원 등 민주당 밖 개혁세력은 구주류까지 포함한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분들의 입장은 이해된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까지 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지금 그분들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먼저 중요한 것은 우리당 내에서 뜻을 같이 해서 새로운 정당의 틀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뜻을 같이 하는 바깥 세력과 대화를 통해 오해도 풀고 합치는 게 순서같다. 사실 그분들도 말로는 그렇게 주장하지만 당내 사정을 볼 때 다수가 참여하도록 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내심 인정할 것이다."

-이렇게 민주당내 움직임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당내 개혁 강경파가 우선 탈당부터 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 아니냐고 보기도 하는데.

"지금 단계는 몇 사람이 먼저 뛰쳐나가 될 일이 아니다. 강경파가 있지만 내가 신당모임 의장이 된 뒤 통합신당안을 모두 납득했다."

-신당 추진에 대한 노대통령의 생각은 어떤가.

"지역주의의 틀을 깰 새로운 정당의 틀을 짜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통령이 뜻을 같이 한다. 다만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 대통령 권력이 구체적으로 개입돼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도 원치 않고 우리 역시 원치 않는다. 그래서 대통령께선 당개혁과 신당문제는 당이 자율적으로 해달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우리도 이전에 당을 새로 만들 때처럼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방법보다 더디긴 하지만 이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노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본 적이 있는가.

"근래에 노대통령을 만나뵌 적은 있지만 신당문제는 내가 노대통령의 뜻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 얘기는 따로 안했다. 원래 내가 신당모임 책임을 맡기 이전부터 신당은 통합신당으로, 되도록이면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나가야 한다는 대원칙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기조에서 변화가 없는 지금 새롭게 그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없다. 처음 생각했던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노대통령의 생각은 통합신당보다 개혁신당 쪽에 기울어졌다고 알려졌었는데.

"그런 오해도 있었다. 전달이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노대통령은)정당 문제에 대해선 되도록이면 한 사람의 이탈도 없도록,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전력을 가졌는가와 상관없이 모두 함께 나가는 정당의 틀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통합신당'은 언론 등에서 최근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그런 식으로 얘기한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런 뜻이었다."

-정대철 대표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정말로 노대통령의 뜻이 그런가.

"사실 노대통령이 신당문제에 대해선 관여를 안하는 걸로 언명했는데, 어쨌건 통합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당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밖으로 얘기하는 걸 조심했다. 그런 이야기를 안하다 보니 반대되는 이야기(개혁신당론)들이 마치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비친 대목이 있었다."

-노대통령과 가장 최근 만난 건 언제, 어떤 형식이었나. 청와대 개편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나.

"최근이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 주 이전이다. 나와 대통령의 관계상 청와대 개편 같은 구체적인 얘기보다는 큰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무엇에 관한 방향 얘기란 말인가.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웃음). 통치 철학, 제왕의 도에 대해 얘기했다."

-내년 총선 이후에 김고문이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거란 얘기가 있는데.

"개인적인 얘기가 아니다. 노대통령 당선 직후 집권여당인 우리가 정부 장관직 등 주요 자리에 어느 정도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떠올랐을 때 정리된 얘기다. 사실 당에서 정부에 참여하려면 가장 유능하고 공이 많은 이들이 해야 할 텐데, 지금 정치와 정당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라 그들이 모두 정부 쪽에 참여해버리면 그 일이 지장받고 내년 총선에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 당의 정부 참여 문제는 총선 이후에 생각하자고 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신당 추진 일정은?

"따로 없다. 다만 역산해보면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선 9월까진 새로운 틀을 갖춰야 할 것 같다."

-어제 강원룡 목사를 만난 걸로 아는데 신당에는 참여할 것인지.

"원로로서 도와주시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관여하긴 해도 직접적인 참여 형태는 아니다. 지역주의 타파가 정치인들 힘만으로는 안되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

-앞으로 김고문의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하면 당내 오해를 없애고 당 틀을 바꾸는데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동참시키느냐에 매달릴 뿐이다. 국민들로부터 불신받고 있는 정치판, 정치에서 시작된 지역주의가 학계.문화계.종교계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질병이 된 것을 고치는데 김원기가 상당한 힘이 됐다는 명예를 갖고 싶다."

김정수.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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