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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늘려 투자하고 외채줄려야|한국은 왜 대만보다 빚이 많은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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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녈지는지난 8일자 신문에서 한국과 대만의 경제정책과 성장과정에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필자는 훙콩에 주재하는 미체이스맨해턴은행의 지역경제담당자로 이 글에서 한국과 대만의 저축률에 관해 다음과 갈이 심층분석을했다. <편집자주> 한국과 대만은 흔히 저개발국 대열을 벗어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두나라로 꼽힌다.
두나라가 눈에 띄게 비슷한과정을 밟아온건 사실이다. 60∼83년간 양국의 평균 GNP성장률 한국 8.4 %, 대만 8.3%로 거의 동일하다.
84년말 한국의 대외채무는 4백30억달러에 이르고 7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더라도순채무는 3백60억달러에 달한다. 외채총액은 한국의 GNP8백10억달러의 53%에 이르고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말 대만의 외채총액은 1백20억달려를 밑돌고 있으며 GNP의21%에 지나지 않는다. l백8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대만은 60억달러의 순채권국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것인가?
한국은 대만보다 훨씬 큰 부담을 가진채 근대적인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은 50년대초의 전쟁으로 황폐화되었으며 축적자본도 보잘것 없었다. 반면 장개석의 국부군은 중국본토로부터 퇴각하면서, 거의 전화를입지 안은채 50년간 일본지배이후 어느정도 개발되 대만에 들어설수 있었다.
한국은 언제나 대만에 뒤져왔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P는 약2천달러로 대만의 3천달러에 못미친다. 한국은 현재의 성장률을 지속한다해도 대만의 84년도 1인당 GNP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약 7년이 걸릴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초기의 한국의 상황이 훨씬 나빴고 국민들은 생필품이 부족해 자체자원에 의한 투자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사실에서 현재 양국간의 외채 불균형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초기단계에서 한국은 막대한 외국원조를 받았다. 한국의 외채가 엄청나게 불어난것은 훨씬 후인 70년대의 일이다.
또 한국이 서울에서 불과 수십km떨어져 적과 대치하는 처지에 있어 대만보다 GNP의훨씬 많은 부분을 국방비로 지출해왔다. 따라서 발전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빌어와야 했다. 반면 대만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공과 1백50km떨어져 있다.
그러나 통계는 이런 설명과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 대만 양국은 각각 GNP의 6%정도를 국방비로 지출해왔다.한국은 미군의 주둔으로 국방비를 줄일수 있었다.
양국간 외채의 불균형에 대한 또다른 설명은 한국이 대만보다 투자효율이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박정희정부가 중공업을 위해 보조적 융자를 함으로써 성장을 왜곡시컸고 결과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거대한 기업을 만들어냈다는 주장도 낳게 되었다.
이것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대만의 경우도 이에 상응하는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일정단위의 투자금액당 성장달성은 대만보다 앞섰다. 60∼83년간 GNP성장으로 측정한 한국의 평균총투자수익은 35%였는데 비해 대만은 32%였다. 이 수치들은 대단히 높은 것으로 양국이 추진해온 수출지향적 대외지향적 전략 덕분이다.
단순하게는 외채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설명은 국민저축률에서 찾을수 있다. 60∼83년간 대만은 거의 GNP의 25%를 저축한 반면,한국은 17%에 미치지 못한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을 따라가기 위해서 한국은 꾸어오건, 투자를 유치하건 막대한 해외자본을 찾을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외채없이 자체의 저축만으로 성장을 추구했다먼 아마도5.7%내외의 훨씬 낮은 경제성장률에 머물렀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왜 한국의 저축률은 그처럼 훨씬 낮은것일까.
첫째 저축이란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치이며, 그것은 소득에 따라 늘어나는 것이다. 대만의 1인당소득이 항상 한국의 그것보다 높았기때문에 저축도 계속 한국을 앞질러 온것이다.
둘째 양국정부의 경제정책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어왔다.
대만정부는 그들이 30, 40넌대에 대륙에서 겪었던 혼란스런 인플레의 경험에서 얻은 극도의 자제심으로 항상 금융안정에 최우선권을 부여했다. 인플레율은 매우 낮았고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지난60년에 1달러에 39.8대만원이던것이 요즘도 39.2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대통령하의 한국정부는 안정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않고 모든 노력을 성장에 집중시켰다. 고율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됐고 외화는 꾸준히 가치가 떨어졌다.
60년에 1달러에 65원에서 최근에는 8백원을 넘어섰다.
대만에서는 저축이자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적정수준을 유지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바꿔 말하면 대만의 정책은 저축을 장려하는 방향이었던데 비해 박대통령하의 한국정책은 저축심리를 오히려 위축시컸다.
오늘날 한국은 외자를 끌어쓸 힘도 거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곧 자신의 저축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한국은 올해 국민총생산(GNP)의 3%에 달하는 26억달러라는, 수입중 상당한 몫을 외채이자로 지급해야한다.
반면에 대만은 해외로부터 상당한 순소득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수지균형상의 편한 입장은 해외투자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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