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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탐험(13)] 신의주~개성 구간 철도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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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10월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에서 새로 만든 지하전동차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의주~개성 구간(약 400km) 철도의 신설에 관심이 많았다. 기존의 신의주~개성 구간 철도는 북한의 서해안 지대를 종주하는 북한의 핵심 철도망이다. 전 구간이 전철화돼 있으며 평야지대를 통과해 터널도 5개에 불과하고 교량은 170여개가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부터 단둥과 신의주를 경유해 평양까지 국제열차가 운행 중에 있다. 하지만 노후화돼 기존 구간 옆에 새로 건설하려고 했다.

김정은은 국가경제개발위원회(현 대외경제성)에 지시를 내려 이를 추진하도록 했다. 철도성이 아닌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에 맡긴 것은 해외 투자를 받아 신설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구간의 철도가 신설되면 개성~문산 간의 경의선과 연결하려고 했다. 북한은 이 철도가 신설되면 한국과 중국으로 오고가는 물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행료를 챙길 수 있었다.

김정은은 중국이 지난해 8월 개통한 선양~단둥(208km)간 고속철도가 완공되기 이전부터 신의주~개성 구간 철도의 신설을 검토했다. 만약 단둥의 건너편인 신의주에서 개성까지 새로운 철도가 건설되면 ‘개성~선양 시대’가 열리면서 북한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를 추진했던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2013년 장성택 처형으로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이다. 장성택은 당시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맡고 있었다. 위원장은 김기석 전 조선합영투자위원회 부위원장이 맡고 있었다. 김 위원장을 포함해 국가경제개발위원회의 주요 인사는 장성택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김정은은 일부 국가경제개발위원회 간부들에게 별도로 이 사업을 맡기기도 했지만 장성택 처형의 광풍이 워낙 거세 지시를 내린 간부들을 보호해 주기 어려웠다.

신의주~개성 구간 철도 연결 사업에 뛰어들었던 중국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도 장성택 처형 이후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중국 정부는 북한 인프라 사업에 민간 기업이 뛰어드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의 동쪽 연장선을 북한을 거쳐 부산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가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이 끼어드는 것을 불편해했다.

신의주~개성 구간 철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부터 추진됐다. 중국 선양 소재의 중국항공과기그룹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가 철도 사업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측이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김정일은 처음에 이 사업을 한국과 벌이려고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와 꼬이면서 중국에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이를 이어받은 김정은은 아버지의 유훈사업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역사는 사소한 일로 방향이 틀어지듯이 장성택의 처형이 그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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