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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을 사랑하게 된 아주 특별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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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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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요즘 날씨가 풀리면서 곳곳에 꽃들이 활짝 피고 있다. 그 숱한 꽃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벚꽃이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주한 브라질대사관에 계셨던 에지문두 후지타 대사님이다. 벚꽃 하면 그분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오른다.

2014년, 날이 풀리면서 꽃봉오리가 고개를 내밀던 어느 포근한 봄날이었다. 그날따라 막 출근한 대사님이 아주 피곤해 보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 보았다. 대사님은 허허 웃으며 “이른 새벽부터 벚꽃을 보러 하동에 다녀왔다”고 했다. 대사님이 꺼내 보여준 휴대전화 속에는 아름다운 하동의 풍경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봤던 벚꽃 중 가장 아름다운 벚꽃이 거기에 있었다. 연방 감탄을 하는 내게 대사님은 “언젠가 꼭 다녀오라”고 추천을 했다.

후지타 대사님은 그런 분이었다. 통상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점에 대해 물으면 ‘발전한 기술’ ‘치안과 편리한 생활방식’ ‘매력적인 문화 콘텐트’ 등을 말하지만 후지타 대사님은 늘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능력 있는 외교관으로서 전 세계의 많은 곳을 다녀본 분이었지만 한국을 특히 아끼고 사랑했다. 회의 참석차 이동할 때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국의 풍경 하나하나를 감상하며 좋아했다. 틈만 나면 사모님과 기르던 강아지, 이렇게 셋이서 함께 한국의 방방곡곡을 여행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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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대사님은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는데 한국의 자연을 통해 받은 영감을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나는 그런 대사님을 통해 새삼스럽게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외교 공관에서 대사라고 하면 보통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높은 분이란 인식이 많다. 하지만 후지타 대사님은 정말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모든 직원을 배려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나 역시 대사님께 많은 것을 배웠고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됐다.

지난주 수요일 후지타 대사님께서 본국에서 별세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 2009년 4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한국에 계시던 6년 동안 정말 한국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분이다. 그분을 기억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돌아가신 대사님의 뜻대로 더 많은 사람이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알게 됐으면 한다. 깊은 애도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