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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받으려···갈수록 엽기적인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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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웃통을 벗은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개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화면 속 남성은 욕설을 퍼부으며 손으로 개의 목을 잡고 흔들었다. 머리를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개는 낑낑댔다.

자해·동물 학대에 몰카 영상 공개…
군중 자극 위해 더 센 마취제 찾아
수사에 한계…“SNS 윤리교육 시급”

이 영상은 급속도로 퍼졌다. 네티즌의 제보를 받은 한 동물보호단체는 11일 영상 속 남성 황모(28)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이 커지자 황씨는 페이스북에 공개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친구의 개를 돌보는데 개의 이빨이 팔에 스쳐 화가 나서 그랬다. 술에 취해 있어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영상에 자극적인 장면이 담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좋아요’ 표시나 댓글을 더 많이 받으려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 남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좋아요 10만 개 찍히면 살아 있는 생쥐 먹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좋아요’ 수가 10만 건이 넘자 그는 생쥐를 먹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최근에는 동물 학대나 몰래카메라 등 범죄의 영역을 넘나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4일 김모(28)씨는 국제멸종위기종인 샴악어를 사육하는 모습의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한 남성은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영상을 유포시키기도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네티즌이 주목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 마취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한번 주목받게 되면 비난을 받더라도 자신이 굉장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범죄 행위를 해서라도 ‘좋아요’나 댓글 수를 늘리려는 이들을 뜻하는 ‘리플 갱스터(gangster·폭력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의 이나미(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원장은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이들은 오프라인 상의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왜곡된 모습으로라도 인정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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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무슨 수를 써서든 ‘SNS 스타’가 되면 온라인 광고 섭외가 들어와 돈을 벌 수 있다. 지난 2월 자신의 신체 일부를 라이터 불로 태우는 영상을 올린 신모(23)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좋아요’ 수가 늘어나면 한 달 광고 수익 10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SNS 영상을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다는 점 때문에 동물 학대처럼 명백한 혐의가 없는 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자신이 올리는 영상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점을 모르는 이가 많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학교에서 상응하는 ‘SNS 윤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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