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대처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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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요즘 미일무역마찰은 가히 소리없는 전쟁에 비유될만큼 치열한 국면에 있다. 언제 그 유탄이 우리쪽에 날아 올지 모른다.
최근 미하원이 대일무역 보복결의안을 3백14대91표로 가결한 기세로 보나,상원재무위가 구체적인보복을 명시한 법안을 통과시킨 대세로 보아 미국은 지금 엄살이나 엄포의 단계가 아닌 것같다. 자유무역국의 기치가 무색할 정도다. 『이제는 실탄을 장전해서 쏘겠다』는 하원상무위원장 「존·댄포드」의 말은 더욱 그것을 실감하게한다. 「실탄」이란 「법안」제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작 미국의 형편을 보면 년2천억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며, 일천억달러의 무역적자는 미국의 정책입안가들을 히스테리로 만들만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형편에서도 지난해 미국시장에 1백13억달러 어치의 상품을 팔았고, 36억달러의 흑자까지 냈다. 이런 수자만을 보면 미국의 눈총을 받을만도 하다.
실제로 미국은 일련의 규제조치를 하려는 제스처를 우리에게 꾸준히 보여왔다. 이제 일본과의 시비가 마무리지어지면 그 부릅뜬 눈을 우리쪽으로 돌릴지도 모른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것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총수출액의 38.8%를 미국시장에 내다 파는 우리는 솔직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없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우리의 주장과 명분을 찾아야한다. 궁색한 변명이나 교언으로서가 아니라 당당한 논리와 떳떳한명분으로 미국을 설득해야한다.
첫째, 미국은 일본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우리를 보아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도 미국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예산의 3분의1, GNP(국민총생산)의 6%를 국방비로 감당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만을 지키는 비용이 아니다. 가까이는 바로 이웃한 일본의 안보에 기여하고 그 너머로는 자유진영의최전방에서 요새의 구실을 하고있다.
GNP의 겨우 1%를 방위비로 내놓는 문제를 놓고도 인색한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야말로 「새우」가 「고래」의 안보를 떠맡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그 점에서도 한국의 경제성장과 부강을 거들어야한다.
둘째, 한국은 아직 중진국하위권의 나라다. GNP의 규모 하나를 놓고 보아도 한국은 일본의 15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1조2천억달러대 8백억달러로 단위와 단계가 다르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 다음가는 GNP대국으로 미국과는 엄연한 경쟁의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를 놓고 미국이 경쟁국으로 평가한다면 아마 미국의 경제학자들도 실소할 것이다.
세째,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지난해 3백68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는 그 10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만성적인 무역적자의 관계에 있다. 그 누계가 65년 국교정상화 이후2백97억달러에 달한다.
어디 그뿐인가. 일본은 금년말이면1천억달러가 넘는 채권국이 된다. 우리나라는 4백30억달러의 외채잔고를 갇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동렬에 세워놓고 시장개방압력을 가한다면, 그 궁색한 명분을 무슨 말로 대신할지 실로 궁금하다.
미국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미국의 옷핀까지 사들인 개방노력을 평가해야 할것이다. 그런 판단위에서 미국은 일본의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끝까지 관철시켜야한다. 일본은「원칙」만 합의하고 실천은 미루는 교묘한 장벽들을 허물고, 자유세계의 일원으로 제 구실을 해야한다. 미국은 이처렴 대소고처의 입장에서 한국과의 무역관계를 평가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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