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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어떻게…" 2주기 사고해역 찾아간 유가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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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아들 건우야. 네가 하늘나라에 간 지 2년이 됐구나. 그곳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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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오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서 단원고등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학교는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기억교실)10개를 그대로 둔 상태다. 김현동 기자

12일 오전 9시40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앞 해상.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두고 단원고 희생자 유족 4명을 태운 10t급 어선이 세월호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유족들은 2년 전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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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산 정상에 텐트생활을 하며 사고현장 작업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프리랜서 오종찬

유족들은 2~3m를 넘나드는 높은 파도 속에서도 중국 상하이샐비지의 바지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 인양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중 희생자인 단원고 김건우군의 아버지 김광배(51)씨의 표정은 유독 침통했다. 지난 8일이 아들 건우 군의 생일이어서다. 김씨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가슴 아픈 이곳을 떠나 하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고 전했다"고 했다. 또 "건우의 생일이 있는 매년 4월이면 아들 생각이 나서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단원고 희생자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47)씨도 이날 사고 해역을 찾았다. 세월호 인양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당초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 등과 함께 바지선에서 1박 2일간 머물며 인양상황을 지켜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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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세월호 사고해역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셀비지 바지선이 거센 파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하지만 특조위 관계자 8명과 유족들을 태운 어선은 현장에서 1.5㎞가량 떨어진 동거차도로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심한 파도와 거센 바람으로 바지선 옆에 접안이 힘들어지자 감시활동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이 섬에는 지난해 9월부터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산꼭대기에 움막을 치고 인양작업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선착장에서 20여 분을 걸어 도착한 산 꼭대기에는 단원고 희생자 최윤민군의 아버지 최성용(55)씨가 쪼그려 앉아 인양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산 정상에 텐트 3동을 치고 3명이 1개 조를 이뤄 동거차도에서 일주일씩 돌아가며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8개월째다. 최씨는 "가족들은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 미수습자 9명을 찾고 정확한 사고 조사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며 "배가 인양된 뒤 사고 조사를 하는 과정도 모두 지켜보고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2주기를 맞아 바지선에서 직접 인양상황을 파악하고 국민과 공유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며 "다시 계획을 세워 재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 등 60여 명은 오는 17일 참사 2주기를 맞아 해경 경비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둘러볼 예정이다. 앞서 2주기 당일인 16일에는 진도군이 주최하는 추모 행사가 팽목항 일대에서 열린다.

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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