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측근에 정계복귀설 진화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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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칩거 중인 이회창(李會昌.얼굴) 한나라당 전 총재가 화가 났다고 한다.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삼고초려(三顧草廬)론' 이후 솔솔 피어나는 '정계 복귀설'때문이다.

李전총재는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 정계복귀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고 언짢다"며 측근을 통해 불쾌감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마치 총선에 활용하려는 듯한 얘기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계 은퇴를 천명한 사람으로서 합당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崔대표가 삼고초려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李전총재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사람의 뜻이 이런 일로 잘못 전달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李전총재의 말을 전한 한 측근은 "삼고초려론에 대해 뭐라고 가타부타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자신이 이를 고맙게 생각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가능성에 대해 李전총재가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李전총재는 정계 복귀설 관련 보도가 나오자 국내의 측근들에게 연락, 신속한 진화를 강력히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 같은 반응을 전해들은 崔대표는 "李전총재가 말한 내용에 무슨 토를 달겠느냐"며 "특별한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선거 때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박근혜(朴槿惠)의원이 곁에 서 있으면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 아니냐"며 "李전총재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했던 것일 뿐 정계 복귀를 뜻한 건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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