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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당선 땐 한국 수출 유리···'보호무역' 트럼프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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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대선 주자를 가르는 첫 관문인 ‘미니 수퍼화요일’ 경선이 치러진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플로리다주를 찾아 연설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4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일자리 뺏겨” 4명 모두 TPP 부정적
클린턴·크루즈, 한·미 FTA는 지지
트럼프, 중국 제재 별러 한국도 불똥
“자동차 등 수출 견제 대응책 필요”

“무역 국경을 닫을 수 없다. 그러나 공평한 무역, 공평한 경쟁이 되도록 하겠다.”(클린턴)

“미국의 위대한 상품은 중국·베트남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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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미국 대선이란 변수를 맞았다. 오는 11월 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와 클린턴, 공화당의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4강’으로 굳어졌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4명 주자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협상 또는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무역 장벽이 더 낮아지면 미국 내 공장도, 일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는 유권자의 걱정을 의식했다. 그러나 세부 통상 공약으로 들어가면 차이는 분명하다. 11일 중앙일보는 한·미 통상 전문가 8명에게 “4명 후보 중 누가 한국 수출에 가장 유리하고 불리하냐”고 물었다. 0점(가장 불리)에서 5점(가장 유리)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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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후한 평가는 클린턴에게 돌아갔다. 평균 4.1점을 받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힐러리는 선거 기간 TPP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한·미 FTA, TPP를 포함한 기존 통상정책의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와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무장관 경력을 가진 힐러리는 통상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평가했다.

당선 시 한국 수출에 가장 악영향을 미칠 후보로는 트럼프가 꼽혔다. 평균 1.1점으로 점수가 제일 낮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자유무역주의 입장과 달리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한·미 FTA 전면 재검토, 수입품에 높은 관세 부과 같은 그의 공약은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주창하며 제1 공격 대상으로 삼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는 직접 제재만큼이나 큰 위협이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30% 수입 관세를 주장하는 등 통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경계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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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조사에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평균 3.0점,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1점을 각각 받았다. 샌더스의 성향에 대해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고용·임금의 감소를 초래하는 자유무역정책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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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전통에 따라 자유무역주의를 견지하는 크루즈는 민주당 후보 클린턴에 오히려 뒤지는 점수를 받았다. 빈약한 지지 기반 탓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자유무역 통상체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후보이지만 상·하원 의회 기반이 매우 취약하고 집권 후 민주당을 설득해 초당적인 무역협정 비준을 이루는 데 상당히 난항을 보일 후보”라고 진단했다.

물론 이는 4명 후보를 대상으로 한 상대적 평가일 뿐이다. 대선 과정에서 자유무역 확대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확인한 당선자가 무역의 틀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TPP 의회 비준 지연, 자동차 같은 주력 산업 보호 장치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대선을 전후해 자동차 산업 연관이 깊은 미시간주 등 미 지역구 의원들이 무역 역조에 따른 추가 조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역으로 미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 한국 자동차 업체의 미 현지 생산 확대 같은 반대 논리를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한 종류. 미국, 일본과 호주, 멕시코, 베트남,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지난해 10월 타결했다. 양자 FTA보다 규모가 커 ‘메가 FTA’로도 불린다. TPP 1차 타결국의 교역량 합계는 전 세계의 30% 에 이른다. 각국은 의회 비준과 발효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는 TPP 참여 추진 의사를 밝혔다. 추가로 참여하려면 기존 타결 국가의 동의도 받고 협상도 해야 한다.

◆설문 참여 전문가 8인(가나다순)=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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