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초등생 때부터 가르친 기업가정신이 미래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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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최근 정부의 벤처창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뜨거운 창업 열기를 체감할 때마다 미래의 희망을 보게 된다.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경쟁력 있는 창업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한국의 창업기업 수는 연 8만개 내외다.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양적 질적인 면에서 모두 부족하다. 중국판 창조경제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기치로 사상 최대의 창업붐을 조성하고 있는 중국은 하루 평균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생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보다 월등히 활발하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여·야의 정책공약은 모두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더 이상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으로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고, 산업혁신과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수 없음은 이미 판명된 사실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스타트업 아메리카’ 등 최근 해외 각국의 창업육성 정책도 그 궁극적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에 있다. 창업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창업지원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정부 지원에 의해 창업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는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실리콘밸리의 벤처에 먼저 뛰어든다. 매년 수십만 명이 대기업 입사시험에 일제히 응시하고, 수년간 공무원 시험에 인생을 거는 우리 사회와는 매우 다르다.

창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급선무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기업가정신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타고난 고유의 성격이 아니라 육성되고 개발될 수 있는 역량이며, 기업가정신의 조기교육 필요성은 유럽의 오슬로 아젠다(EU, 2006) 등 일찍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에 나섰던 선진국의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조기교육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유럽연합(EU)의 권고사항이며 그 효과도 검증됐다. 또한, 미국 애리조나 대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의 경우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에 비해 창업하는 비중이 3배 이상 높으며 연평균 수입이 27%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을 창업교육의 영역으로 국한해 정의하는 것은 매우 협소한 개념이다. 개인에 있어서의 기업가정신은 지속적 혁신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모색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이란 개인이 일생동안 살면서 필요한 ‘기회를 가치로 바꾸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기업가정신 교육 정규화는 이런 차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정부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오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교과과정에 포함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알려진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창업교육에만 편중된, 협의의 기업가정신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창업을 위한 스킬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기회를 스스로 모색하게 하는 교육이 돼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면서 목표를 성취해가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정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벤처업계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 강화와 한국적 콘텐트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학계와 민간단체, 일선 교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포럼의 구성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선진국 사례와, 학계 및 교육 일선에서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각계·각층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우리 아이들에게 건전한 기업가정신을 갖게 하고 이로 인해서 그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정 준 벤처기업협회·(주)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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