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우주 택배 왔어요.”
우주 택배·택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스페이스X가 8일(현지시각) 1단계 추진 로켓을 바다 위 무인선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개발회사다. 그동안 한 번 쓰고 바다에 버려졌던 추진 로켓에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700억 원. 로켓을 재사용하면 비용이 10분의 1로 줄고, 제약이 많은 육지보다 바다에서 회수하면 연료까지 크게 아낄 수 있다.
이날 오후 4시43분께 스페이스X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팰컨 9’ 로켓을 발사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배달할 보급품을 실은 화물 우주선 ‘드래건’을 탑재했다. 팰컨 9는 3단 중 1단을 ‘재활용’하는 로켓이다. 팰컨 9의 1단계 로켓은 발사 2분 30초 후 본체와 분리돼 케이프커내버럴 북동쪽 해안에서 약 300㎞ 떨어진 대서양에 낙하했다. 이어 4개의 착륙 장치를 펴고 ‘물론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해’(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이름의 무인선 플랫폼에 안착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에도 로켓 지상 회수에 성공했지만 해상 회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는 파도 때문에 착륙 지점이 흔들리고 좁기 때문에 지상 회수보다 어렵다. 4차례 실패 끝에 성공한 머스크는 “로켓을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게 됐고, 우주 비행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방법만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우주 개척 시대를 빠르게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궁극적으로 1단계 로켓의 3분의 1은 지상에서, 나머지 3분의 2를 해상에서 회수해 향후 우주선 발사에 재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재사용이 반드시 비용 감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검사와 재정비, 연료 재충전을 위해 로켓을 이동시키면 비용이 늘어난다. 유도 착륙을 위해 더 많은 연료를 로켓에 실으면 무게가 증가해 매출을 안겨주는 화물을 운반할 자리도 줄어든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4000만~5000만 달러에 달하는 팰컨9의 1단계 추진체 제작 비용이다. 스페이스X는 추진체를 재사용하면 발사 비용을 현재의 6100만 달러에서 500만~700만 달러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페이스X의 로켓 해상회수 실험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비용을 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의 실험 성공을 축하한다”며 “미국이 우주탐험을 계속해 선도해나갈 수 있는 것은 스페이스X와 NASA와 같은 혁신가 덕분”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주 개발 사업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1년부터 민간업체에 관련 투자를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NASA는 ISS에 화물과 우주인을 보내는 우주운송 업체로 스페이스X, 오비탈ATK, 시에라네바다 등 총 3곳을 선정했다.
NASA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업체별로 최소 6차례씩 우주 화물배달을 맡길 것”이라며 “현재 전체 사업규모는 140억 달러 정도로 생각하지만, 임무의 내용과 수행횟수에 따라 사업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