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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방불케 한 현대차 공채 인적성 검사

중앙일보

입력

현대차그룹이 10일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시험(HMAT)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실시했다. 올 상반기 공개 채용에 나선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치르는 인적성 시험이다.

삼성은 직무적성평가(SSAT)를 개정한 GSAT를 오는 17일 치르고, LG와 CJ는 16일, 금호아시아나는 23일, SK는 24일, 아모레퍼시픽은 30일 관련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13개 계열사에서 30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이날 시험에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 1만 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HMAT 고사장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엔 오전 7시부터 지원자 발길이 몰렸다. 오전 7시40분부터 입실이 시작되자 학교 게시판과 현관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잠신고에만 약 1047명의 응시생이 몰렸다. 한 반에 30명씩, 35개 교실에 나눠 시험을 치렀다.

응시생은 대부분은 남성 구직자였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정기 공채는 이공계 구직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 화장실에서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원자들은 입실 전부터 운동장 스탠드와 주차장에 삼삼오오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기출·예상문제 풀이에 열중했다. 특히 현대차 응시생만 치르는 ‘역사 에세이’와 주사위의 전개도를 조건에 맞춰 구성하는 등의 ‘공간지각’ 영역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지난해에 낙방해 HMAT에 재도전했다는 응시생 김모씨는 “공간지각 영역은 전개도를 머릿속으로 그려야 해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신분증을 두고 와 정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른 응시생도 있었다. 이 지원자는 입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감독관들이 정문으로 모이자 “잠깐만 기다려 달라”며 애원하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입실 마감 시간인 8시10분께 도착해 신분증을 전해준 덕에 기사회생했다.

또 모든 시험 감독관들은 파란 천으로 만든 소음 방지용 덧신을 신었다. 모든 시험 진행을 방송으로 했기 때문에 응시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였다. 감독관은 현대차 막내급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현대차는 부정 행위 방지를 위해 5시간의 시험 시간 중 스마트폰·태블릿PC·카메라·MP3플레이어·계산기 등 전자기기 사용도 엄격히 금지했다.

현대차그룹은 HMAT 합격자를 대상으로 4월26일~5월4일 1차 면접, 5월24일~5월27일 2차 면접과 신체검사를 벌여 6월 초께 신입사원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하반기 공채에는 상반기보다 많은 7000~8000명 정도를 선발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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