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주저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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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측은 겨우내 중단됐던 남북회담을 다시 열자고 25일 제의했다. 경제회담은 4월18일 판문점에서, 적십자회담은 5월14일부터 4일간 서울에서 재개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순조롭게 출발을 보았던 이 두 회담은 북한측의 납득키 어려운 트집과 일방적인 거부로 중단돼 왔다.
북한의 부총리 김환은 작년11월 23일 소련인 청년1명이 판문점에서 남으로 망명한 사건과 그 때 양측 경비병사이에 벌어졌던 총격사건을 빌미로하여 제2차 경제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통보해 왔다.
그후 경제회담은 금년 1월17일, 적십자회담은 1월23일 각기 재개키로 합의됐었으나 북한측은 다시2월1일부터 시작되는 「팀스피리트85훈련」을 자기네에 대한 도발이라는 이유로 두 회담을 열수없다고 하면서 회담을 저해하는 그같은「방해요인」을 제거하기위해 남북부총리회담을 갖자고 제의해 왔었다.
굳이 변명할 필요조차 없지만 북한이 회담중단이유로 열거해온 한미합동 T85훈련도 25일 사실상 종결되고 4월초에는 이 훈련에 참가했던 미군도 모두 원대복귀키로 돼있다.
우리측이 회담재개를 25일자로 제의하고 재개일자를 4월중순이후로 잡은것은 훈련일정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평양측은 더 이상 회담을 지연시킬 아무런 이유도 남아있지 않다. 지금와서도 북한이 회담재개를 주저한다면 그것은 대화의 포기로 볼수밖에 없다.
남북대화는 6천만 겨레의 염원일뿐 아니라 북한의 내부사정, 우리의 주변정세, 세계의 조류가 요구하는 역사의 당위다. 이것은 북한이 거역할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기도하다.
북한이 오늘의 경제적 참상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 한다면 빨리 개방노선으로, 나와야 하며 그것은 남북경제협력을 통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될수 있을것이다.
경제상태의 개선없이는 북한의 정치적 갈등과 북한동포의 불만을 해소할 길은 없을것이다.
북한은 정권수립이래 항상 평화적이며 자주적인 민족통일을 외쳐왔다. 이미 6·25전쟁과 잇단 대남무역도발을 통해 그 허구성이 입증됐지만 지금부터라도 평화와 자주를 다시 거들먹거리려면 먼저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남북대화는 경제회담과 적십자회담뿐만 아니라 유牽돼있는 체육회담을 비롯하여 문화교류등 광범한분야로 확산돼 나가야한다.
더우기 우리측은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와도 만나 어떤 문제라도 협의하겠다는 완벽한 개방원칙을 제시해놓고 있다.
이처렴 우리는 북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제 남은것은 북한이 성실한 자세로 나오는 길 뿐이다. 평양의 서슴 없는 호응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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