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편의점 커피 전쟁, 원두 이어 이번엔 냉커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편의점표 원두커피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번엔 아이스 커피다. 편의점에서 아이스 커피와 뜨거운 커피의 판매 비중은 날이 따뜻해지는 4월부터 8대2로 역전된 뒤 10월까지 아이스 커피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린다. ‘1000원 원두커피’로 급성장한 편의점들이 아이스 원두커피 신제품 개발에 매달린 이유다. 1차전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아메리카노로 승부를 겨뤘다면, 이번에는 좀더 손이 많이 가는 라떼와 더치 커피를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두 배(2000원)가 됐지만, 커피전문점에 비하면 반값 이하다.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셀프 제조’를 해야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기사 이미지

세븐일레븐은 구슬 아이스크림 제조 특허가 있는 ‘디핀다트’와 손잡았다. 오는 15일 나오는 ‘구슬라떼’는 영하 섭씨 198도에서 액체 질소로 얼린 우유 구슬과 얼음이 담긴 컵에 드립 커피를 받으면 바로 아이스 라떼가 완성되는 형태다. 시제품을 맛보니 지름 3mm 밖에 안 되는 자잘한 우유 구슬은 따뜻한 커피에 금세 녹지만 얼음은 그대로 남아 시원했다. 이대우 커피담당 선임상품기획자는 “9개월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겨우 만들었다”고 말했다.

4월부터 아이스커피 판매 압도적
전문점 보다 싼 2000원 짜리 출시

세븐일레븐 ‘구슬 라떼’ 선보여
GS25는 우유공 형태 얼음 활용
CU, 찬물에 우린 더치커피 내놔

라떼까지 만들 수 있는 커피 기계는 가격이 비싸고, 커피 전문점이 아닌 편의점 매장에서 우유가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하기가 어렵다. 우유 자체를 냉동해서 넣은 아이스컵을 개발하려고 한 이유다. 하지만 일반 아이스크림은 아무리 잘게 잘라 넣어도 잘 녹지 않았다. 그러자 정승인(58) 코리아세븐 대표가 일본 세븐일레븐처럼 구슬 아이스크림 업체와 손잡고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구슬라떼라는 이름도 직접 붙였다. 지난해 1월 업계 최초로 드립커피를 내놓으며 편의점 커피 열풍을 주도한 세븐일레븐은 올 1분기 커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었다. 대표까지 나선 배경이다.

GS25도 얼린 우유를 이용한 아이스 라떼를 이달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카페25 아이스컵’에 들어있는 우유공은 50원짜리 동전 크기로 세븐일레븐의 우유구슬보다 훨씬 크다.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추출되는 커피를 받은 뒤 잘 휘젓기만 하면 아이스라떼가 완성된다.

차현민 원두커피 상품기획자는 "풀무원과 손잡고 우유공은 녹으면서 얼음은 적당히 남기는 온도를 맞췄다”고 말했다. GS25는 지난해 12월 최고급 원두와 스위스산 에스프레소 기계를 이용한 ‘카페25’를 내놓은 뒤 올 1분기 원두커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배로 늘었다.

CU는 더치커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31일 내놓은 ‘겟 더치워터’는 상온이나 차가운 물로 3시간 이상 커피를 우려내는 ‘콜드 브루(cold brew)’ 방식으로 만든 더치커피다. 더치 커피는 원두 고유의 맛이 살아있고 향이 풍부해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최근 인기다. CU는 더치커피에도 지난해 12월 내놓은 원두커피 브랜드 ‘겟(GET)’과 똑같은 최고급 콜롬비아·탄자니아 원두를 사용했다. 에스프레소 기계가 아니라 저온으로 추출했기 때문에 투명한 병에 담아서 냉장 상태로 판매한다.

편의점의 커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은 올 상반기 안에 세븐카페 판매점을 3000개로, GS25는 카페25 판매점을 연말까지 5000개로 확장할 예정이다. CU도 겟 판매점을 연말까지 3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