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태풍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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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키로 하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가 노사 간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비정규직들은 고용불안 때문에 정규직과 달리 사측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정규직은 함부로 해고할 수 없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는 형식으로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만이 있어도 꾹꾹 참아왔다.

비정규직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훨씬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안주엽 연구위원이 지난해 1천4백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80%이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은 정규직의 절반이 안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만은 또 있다.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대해 생색만 낼 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하청업체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놨다고 하지만 정규직의 임금을 깎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임금을 어떻게 올릴 것이냐"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가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없이 무조건 사측에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해 사측과 직접 대화하고, 정규직의 이기주의에도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노 갈등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조짐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가 서로 자신의 이익을 내세울 경우 노노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자칫하면 노노 갈등이 노사 갈등 못지 않게 회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 비정규직특위에서는 지난 5월 노사 간에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공익위원안을 채택해 본회의에 넘겼다. 그러나 공익위원안의 상당 부분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담고 있어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큰 유통업을 중심으로 조용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비정규직에게 전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필요하면 직무전환제도를 활용해 요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신세계 이마트는 시간제 사원에게도 성과급과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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