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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을 잡아라” SNS 전쟁에 뛰어든 정치인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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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투표 안한다고? 무슨 말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1~22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030의 55% 이상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4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다. 이번 총선 유권자 중 2030의 비중은 34.1%. 후보들이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선 건 그래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 운동 열기가 뜨겁다. 2030이 SNS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SNS 선거 운동 열전을 모아봤다.


 1.“마리텔 저리 가라”…안철수의 1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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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국민의당 페이스북 페이지에선 1인 방송이 진행된다. BJ(방송진행자)는 안철수 대표다. 지난달 1일 시작해 벌써 36회를 맞았다. 방송은 주로 안 대표의 집이나 의원실에서 진행된다.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40분까지 이어진다. 주제 역시 정책에 한정하지 않고 하루 일과와 만난 사람 등 다양하다.

지난 19일차 방송에서는 안 대표가 좋아하는 책과 드라마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말랑말랑한 주제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에 나선 것이다. 안 대표는 정치를 주제로 한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과 ‘하우스오브카드’는 DVD까지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광팬이라며 이를 화면에 인증했다.

안 대표의 방송은 페이스북 뿐 아니라 트위터 페리스코프에서도 동시에 생중계되는데, 페리스코프 화면 왼쪽엔 채팅창이 있어 시청자와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이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의 질문에 바로 바로 응답하며 쌍방향 소통을 선보이고 있다.


 2.  ‘꿩 먹고 알 먹고’ 손수조의 일석이조 선거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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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후보는 선거운동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한다. 이른 아침 지역구 곳곳을 돌며 주민들과 만나는 모습을 아프리카TV로 실시간 방송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선거운동을 하는 셈이니, 일석이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을 겨냥하다 보니 일반적인 BJ처럼 촬영도 하고 방송도 할 수가 없다. VJ가 따라다니며 손 후보를 찍고 채팅방에 올라온 질문을 손 후보에게 전해준다. 그러면 손 후보면 선거운동을 하는 짬짬히 시청자의 닉네임을 불러주고 질문에 대답한다. ‘꿩도 먹고 알도 먹기’가 쉬운 게 아니다.


 3.  “사생활은 없다” 20대 아들에게 SNS 맡긴 금태섭


 “태서비 떵따떠. 구케에 떵따떠.”(태섭이 똥 쌌어. 국회에 똥 쌌어.)

지난달 29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구갑 후보의 페이스북엔 국회 화장실에서 나오는 금 후보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올라왔다. 글을 제목은 ‘영역 표시 완료’. 침대에서 ‘쌩얼’로 찍은 ‘남친짤’이 올라오는가 하면 미국의 인기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를 패러디한 영상이 게시되기도 한다.

금 후보는 SNS팀의 ‘무리한’ 선거운동에 불만이 없을까? 페이스북에 공개된 금 후보와 SNS팀의 양해각서를 보면 불만이 있다 해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양해각서에 “SNS 전담팀의 요구에 따라 모든 사진과 글을 제공하며, 어떤 내용이 게시되더라도 불만을 제기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4.“Pick me pick me 이학재! 학재 학재 이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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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여자 아이돌 지망생을 경쟁시켜 11명을 뽑는 케이블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주제곡 ‘픽미’(Pick meㆍ나를 뽑아줘). 이 노래의 후렴구는 온통 나를 뽑아달라는 외침으로 가득하다. 이 곡만큼 선거에 어울리는 노래가 또 있을까?

이학재 새누리당 인천 서구갑 후보가 이 노래를 선거 운동 곡으로 ‘픽’(pick)했다. 지난달 25일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SNS에 공개한 것이다. 이 영상을 위해 이틀간 스파르타식 춤 연습을 했다는 후문이다.


5. "3번 3번 김성식이야~ 완전 좋아 레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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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3번 김성식이야~ 완전 좋아 레알 좋아!"

김성식 국민의당 관악 갑 후보는 2인조 남성 밴드 노라조의 ‘카레’에 맞춰 코믹 댄스를 선보였다. 물론 직접 춘 것은 아니다. 노라조의 ‘카레’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 인도풍 춤을 추는 사람 몸 위로 김 후보의 얼굴을 합성한 것.

지난달 31일 SNS와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에 네티즌들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 영상이 눈에 확 띈다”, “유재석 도플갱어인줄” 등과 같은 댓글도 달렸다.  평소 진중한 이미지였던 김 후보는 이번 파격적인 시도로 젊은 층에 ‘유쾌한 후보자’란 눈도장을 찍었다.


6. ‘스티브 잡스’에서 ‘토르’까지 김무성의 깨알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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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영화 패러디 포스터. [사진 김무성 페이스북]

SNS 선거운동을 얘기하자면 이분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 중구ㆍ영동구에 출마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2014년 당 대표 선거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를 패러디한 다양한 포스터를 공개했다. 영화 ‘스티브 잡스’를 패러디한 ‘무성스’, ‘국가대표’를 흉내 낸 ‘새누리당대표’ 등이 화제가 됐다.

2011년 김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이 등장한 이후로 지금까지 업로드 된 사진만 876장. 패러디 물 외에 대부분 사진은 먹고 자는 김 대표의 소소한 모습이다. 꾸준한 SNS 활동으로 젊은 층에 부담없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7. 70대 힐러리도 한다…미국서도 SNS 선거운동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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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국뿐이랴. 태평양 건너 미국도 상황은 비슷한 듯하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스냅챗’이란 SNS에 거의 매일 각종 셀카 사진과 손녀를 안고 있는 영상 등을 올린다. 스냅챗은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10~2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SNS다.

위 영상은 힐러리가 스냅챗에 처음 올린 6초 짜리 셀카 영상이다. “Just Chilling In Cedar Rapids”(시더래피즈에서 쉬고 있어요)라는 짧은 인사를 담은 영상이지만, 이런 영상을 하루가 멀다 하고 올리면서 70대 할머니 힐러리는 젊고 센스 있는 대선주자 이미지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진 기자 lee.e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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