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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신사복 거리 런던 새빌로…213년 만에 첫 여성 양복장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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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런던의 새빌로는 수제 양복점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로 치면 소공동 양복점 거리에 해당한다. 일제시대엔 고급 맞춤 양복이란 의미로 ‘세비로’란 단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첩보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고급 양복점도 새빌로에 위치한 ‘헌츠맨’ 매장을 배경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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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 양복 장인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지 21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장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6일 양복점을 열었다. 캐스린 사전트(41·사진)다. 새빌로 거리의 37번지인데 일단 올 여름까지 운영한 뒤 지속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사전트 “역사 만든다는 것에 흥분”
베컴 등 단골…한 벌 맞춤 680만원

더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여성 양복 장인이 사상 최초로 새빌로에 양복점을 냈다”고 반겼다. 사전트는 “새빌로에 양복점을 내게 돼 꿈인지 생시인지 꼬집어 보곤 한다”고 말했다. 새빌로는 고급 수제 양복의 대명사 같은 곳이다. 헌츠맨·헨리풀·기브스앤호크스·디지앤스키너 등 오랜 명가부터, 1990년대 ‘뉴 제너레이션’으로 불리는 신예까지 쟁쟁한 매장들이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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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트는 새빌로에서 뉴페이스는 아니다. 1780년 전후 양복점을 시작한 기브스앤호크스에서 15년간 재단사로 일했다. 2009년엔 새빌로 사상 첫 여성 수석 재단사가 됐다. 당시 ‘유리 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전트는 “내가 여성이란 건 부차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 고 말했다. 그리곤 “새빌로는 오래 됐고 대단히 남성적인 거리”라며 “나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남녀 모두에게 다가가는 양복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게는 여성 고객이 3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겐 유명인 단골도 적지 않다. 왕실 가족은 물론 축구선수 출신의 유명인 데이비드 베컴이 대표적이다. 2008년 통가 왕의 대관식 복장을 만들기도 했다. 인근 브룩 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매장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투피스 맞춤 양복이 4200파운드(687만원) 정도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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