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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안정효씨 소설가로 데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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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번역가 안정효씨(45)가 소설가로 데뷔한다. 안씨의 데뷔작은 원고지 2천 장 분량의 장편 『전쟁과 도시』. 이 작품은 이 달 말에 나오는 계간『실천문학』에 일부가 실리고 계속 연재될 예정이다.
『전쟁과 도시』는 전쟁터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황폐한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쟁(월남전)의 모습과 오늘의 삶이 오버랩 되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안씨의 생생한 체험에 의한 사실적인 묘사와 주제의 선명성이 문제작으로 평가받고있다.
번역가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안씨의 소설데뷔는 이채로운 일인데 안씨는『대학시절부터 영문·우리말로 작품을 써왔으며 지금 완성된 작품을 15편 정도 가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소설가로 나서는 것이 늦었을 뿐이지 자신은 꾸준히 작품을 써왔다고 말했다.
안씨는 올해 『가을바다 사람들』등 중·단편을 발표하고 이어 『밤나무 골』이란 제목의 장편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씨의 이 작품은 한 잡지에 응모되어 심사위원들의 절찬을 받았으나 형평에 의해 실리지 못한 것이다. 심사의원이었던 이호철·이문구씨는 『그 동안 기성작가들이 발표한 전쟁소설을 많이 읽었으나 아직 이만한 물건을 본적이 없다』고 심사평에서 밝혔었다.
안씨는 이 소설을 당초 단행본으로 출판하려했으나 자신의 이름이 문단과 출판계에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작품 자체의 평가보다 이름 때문에 덕을 본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 응모를 했고 그것도 가명으로 했었다.
안씨는 67년 가을 월남에서 정훈병으로 있으면서 많은 전투지역을 다니며 전쟁과 그 상처를 보고 그것을 꼬박꼬박 일기로 남겼다. 귀국 후 안씨는 이 일기를 토대로 하여 『나트랑 0시』 『돌아오니 고향이 아니더라』 『죽음의 계곡』등 3편의 소설을 완성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것을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백년 동안의 고독』 등 90여 권(대부분 문학작품)의 번역서를 낸 안씨는 외국작품 번역을 통해 간결하고 사실적·논리적인 표현을 터득했으며 그것이 이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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