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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세회피용 M&A' 강력규제…화이자-엘러간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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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금을 아끼겠다며 해외로 이전하려는 미국 기업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재무부가 일명 ‘세금 바꿔치기’ 와 관련한 강력한 규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세금 바꿔치기’ 는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합법적인 조세회피(tax Inversion)’다.

이번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은 제약업체 화이자다. 화이자는 보톡스(주름 개선제)를 생산하는 아일랜드 제약업체 엘러간을 1600억 달러(약 186조원)에 인수합병(M&A)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가 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M&A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엘러간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엘러간에 4억 달러(약 4600억원)의 협상 파기 위약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조세회피 논란은 화이자가 합병회사의 본사를 아일랜드에 두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본사 이전으로 화이자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이 35%(미국)에서 12.5%(아일랜드)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톰슨로이터는 “두 회사 M&A가 성사되면 화이자는 해마다 세금 10억 달러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체 순이익의 10% 안팎이다. 화이자가 M&A로 절세 이익을 얻는 만큼 미국 재무부는 손해를 본다.

4일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새 규제안에 따르면 연속적으로 조세회피 합병을 진행한 기업이 3년간 취득한 미국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규제안을 적용하면 엘러간이 2014년 인수한 미국 제약회사 액타비스의 자산이 빠지기 때문이 엘러간의 합병회사 내 지분이 줄어든다.

이렇게되면 화이자의 합병회사의 지분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분율이 60%를 넘으면 미국 외부 발생수익에 대한 대출 제한 등 제재가 적용된다. 80%가 넘으면 본사가 외국에 있더라도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이자와 엘러간의 M&A가 무산돼 금융업계도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M&A가 성사될 경우 2억3600만 달러 규모의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돈이 날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화이자 쪽에는 골드만삭스 등 4개 금융사가, 엘러간 쪽에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개입돼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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