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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상제한서'의 부활…SC은행, '제일' 이름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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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일은행 본점 사옥. 국내 건물로는 최초로 국제 현상 설계에 의해 1933년~35년에 지어졌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이 건물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현재 SC제일은행의 제일지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SC제일은행]

사라졌던 ‘조상제한서’의 이름 중 하나가 부활한다.

조상제한서란 90년대 우리나라 은행을 쥐락펴락 하던 5대 은행(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을 설립연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의 아버지 성동일이 다니던 곳도 이들 중 하나인 한일은행이었다. 수출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기업 금융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부실을 겪으면서 신생 은행들에 인수 합병돼 지금은 이름조차 사라졌다.

이 은행들 중 제일은행의 이름이 다시 되살아난다. 한국SC은행은 “6일부터 브랜드 명칭을 ‘SC제일은행’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SC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2011년 말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회사명을 변경하면서 ‘제일’이란 글자를 떼어냈다. 글로벌 금융 그룹인 만큼 세계 어디서나 공통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그룹 차원의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국내 소매 금융만 놓고 봤을 땐 손해가 컸다. 국민에게 친숙한 ‘제일’이란 이름을 빼니 외국계 회사란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SC제일은행 측은 “내부 조사 결과, 제일은행 시절부터 거래해온 전통 고객이나 최근 거래를 시작한 고객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제일은행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와 친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SC제일은행 측은 본사를 설득해 한국SC은행의 이름에만 ‘제일’이라는 이름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SC제일은행 박종복 행장은 “일등은행 시절 근무했던 전현직 직원과 거래 고객들 사이에서 제일은행에 대한 향수와 자긍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과거 최고의 시중은행을 일구었던 저력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점을 결집해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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