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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억 명 이상이 국경 넘어 세계 여행, 이것은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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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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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여행이 모바일과 함께 오늘날 인류를 바꾸는 2대 혁명이다.”

탈렙 리파이 UNWTO 사무총장
지난달 경북도청서 여행 강연

“관광은 청년 일자리 창출 기회
유럽 경제회복에도 결정적 역할”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를 이끄는 탈렙 리파이(68·사진)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안동 경북도청을 찾아 여행의 큰 흐름을 꿰뚫는 강연을 했다. 그는 “지금 연간 10억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여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50년대 2000만 명이던 것에 비하면 50배로 팽창한 셈이다. 분명한 현상인데 잘 인식하지 못하는 혁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세계 지도를 직접 펼쳐 놓고 어느 지역을 짚든 24시간 또는 길어야 48시간이면 갈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1000년 전 실크로드가 상품을 이동시켰다면 오늘날 모바일 등 정보기술(IT)은 정보를 이동시키고 국외 여행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속도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혁명이 진행되면서 나라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선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최근 6∼7년간 유럽 경제를 회복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관광산업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광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과 교수들을 향해 “관광은 여행객을 맞으면서 다른 문화와 세계를 접하고 서로 배우는 장점이 있다”며 “그런 접점에서 관광은 청년 일자리 창출로도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해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협약을 한 적이 있다. 기자들이 이에 대해 최근 사정을 묻자 그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지금 상황이 많이 변했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재개하겠다”고 답변했다.

탈렙 리파이는 ‘UNWTO 아태지역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경북도청을 방문한 탈렙 리파이를 본관 1층 로비 등으로 직접 안내했다. 로비 가운데 새긴 『논어(論語)』계씨편에 나오는 ‘시사명(視思明, 사물을 볼 때는 분명하게 보기를 생각한다)’ ‘청사총(聽思聰, 들을 때는 빠뜨리지 않고 똑똑히 들을 것을 생각한다)’ 등 군자가 새겨야 할 아홉 가지 덕목인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를 일일히 설명했다. 또 그 뒤쪽에 배치한 경북도가 복원 중인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목판본과 그 의미도 소개했다. 탈렙 리파이는 “안동을 비롯해 경북은 한국적인 정신과 문화를 잘 간직해 오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가치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이번 방문 길에는 도영심 스텝(ST-EP, 지속 가능한 관광을 통한 빈곤 퇴치)재단 이사장도 동행했다. 이로써 이들 기구와 경북도의 공동협력 사업 추진은 물론 한국 유치가 가시화된 ISO(국제스텝기구)의 경북 유치도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르단 출신인 탈렙 리파이는 2010년부터 7년째 UNWTO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 기구에는 세계 163개국이 가입해 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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