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이유 학내문제냐 외부압력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명문사학 고대가 김준엽 전 총장(65)의 임기 중 사퇴 후유증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학생들이 수업거부 움직임까지 보이기 시작한 후유증은 김 전총장 사퇴 이유에 대한 구구한 이유 때문이다 김 전 총장 자신이 15일 현재 지난 2월14일 사표제출이후 한 달이 지났으나 스스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퇴이유를 놓고 「학내문제설」-「외부압력설」로 크게 나눠지는 풍설만 무성하다. 학내문제를 원인으로 드는 측은, 84학년도 입시에서 교직원자녀 25명 특혜입학과 관련, 사후처리가 되지 않아 김총장이 책임을 졌다는 것이고, 외부압력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민정당사 농성사건 등에서 학생처벌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문교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김 전 총장 사퇴이유에 대해 학생·교수·대학당국·재단·문교부의 설명을 들어본다.

<학생>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그 동안 김총장 사퇴는▲민정당사 농성학생처벌을 놓고 희생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고▲기말시험을 거부한 법대생들에게 재시험을 실시, 이들을 구제했던 점등으로 문교당국과 마찰을 빚어 생긴「외부압력」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항의하는 교내시위를 벌여왔다.
학생들은 개학직후부터 교내게시판에 유인물을 통해 계속 이 같은 주장을 해오고 있으며 시위 때마다 『총장사퇴반대』등을 구호로 외쳤다.
지난5일자 고대신문에서 학생들은『김총장의 사임설은 민정당사농성 관련학생의 징계, 법대생 기말고사거부 처리과정 등에서 문교부지침에 의거하지 않고 관련학생처벌을 극소화, 재시험실시를 하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었다』고 주장하고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월 4일 문교부감사에서 작년「교직원자녀 입학사건」이 지적대상이 됐고 김총장이 지난달 13일 문교부를 다녀온 뒤 사임의 결심을 굳혀 14일에 26일자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김총장의 사표제출은 단순한 「자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
정경대 교수 총44명중 20여명은 13일 낮12시20분쯤 교수휴게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김총장이 본의 아니게 사임하게 된 사태를 중시한다』는 「결의문」을 채택,「외부압력설」을 뒷받침했다.
이날 모임에 참가했던 이모교수는 『교직원자녀 특혜입학은 다른 사립대학에서도 볼 수 있는 관행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책임을 묻는다면 총장만이 질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여건에서 총장이 물러났다는데 후배교수들이 가만히 있는 게 도리이겠느냐』고 말했다.
이들 정경대 교수 20여명은 지난 4일에도 모임을 갖고 학교측에『총장사퇴가 외부압력에 의한 것이라면 전 교무위원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전체교수 회의를 소집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교수들은 김 전 총장의 사퇴원인에 대해 주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영대 이모교수는 『총장사임이유는 현재로서 이것인지저것인지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이문제로 야기되는 교내소요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신임 이준범 총장은 지난8일 재단이사회에서 후임총장으로 선임된 직후 김 전총장의 사퇴이유에 대해 『교직원자녀부정입학사건의 책임을 진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이총장은 『김총장이 굳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해 학교와 재단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임경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면서 학생과 일부교수들이「외부압력」이라고 주장하고있는 것에 대해서는『학생과 교수들 사이에 총장사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측은 그 동안 여석기 대학원장이 총장직무대행을 말고있던 지난7일 김총장 사퇴에 따른 학교입장을 밝히기 위해 교무위원회를 열었으나 보직교수들간에 이견이 많아 담화문 발표를 못하다가 14일하오 이총장 명의의 담화문을 작성, 교내 7군데에 게시했다.
이총장은 담화문에서『김총장의 돌연한 사임사태는 깊은 충격을 주었고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대학이 지금 처하고 있는 국면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화로써 난제들을 해결하자』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재단>
김전총장의 사퇴이유에 대해「내부문제설」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고있는 입장이다.
재단이사회 김치윤 상무이사는 14일『김 전 총장이 지난해 부정입학 교직원자녀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사표를 제출해 그렇게만 알고있다』고 말했다.
김상무는 또 『당국으로부터 김총장의 사표를 받으라는 등의 외부압력은 결코 없었다』면서『재단과 학교는 김총장에게 몇 번이고 사표제출을 만류했으나 김총장이 끝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문교부>
김총장의 사퇴에 외부의 압력, 더욱이 문교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풍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풍설의 민정당사 학생농성사건처벌문제라면 연대나 성균관대총장도 같은 입장일 뿐 아니라 3개 대학이 같은 시기에 학칙에 따라 학생을 처벌했고, 고사거부 법대생에 대한 재시험이 문제라면 서울대도 같은 입장이었다. 김총장에게만 사퇴를 강요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김총장의 사퇴는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겠지만 학내의 학사운영에 관한 실책이 원인인 것으로 안다.
84학년도 입시에서 25명의 교직원자녀를 특혜입학 시켰던 사건이 당시 문제가 돼 김 총장은 전원의 자퇴서까지 문교부에 제출하고 문제를 일단락 했었으나 그 뒤 1년이 지나고도 1명도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내부로부터 다시 문제가 됐다.
당시 김총장은 몰랐던 것으로 하고 김정배 교무처장이 책임져 보직사퇴를 했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25명 전원이 그대로 학교에 남아있다는 정보가 학내에서 흘러 나와 실사결과 사실임을 밝혀냈다.
지난 2월10일쯤이었다. 김총장은 2월13일 문교부장관을 만나『이번에는 내가 책임지겠다.1년 동안 다닌 학생을 지금 와서 자퇴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고 문교부로서는 부정입학을 인정할 수는 없었으나 책임을 지겠다는 김총장의 입장을 참작, 25명의 입학을 기정 사실화했다.
"나는 담담하다."

<김총장>
학교를 떠난 뒤 대부분의 시간을 지방여행으로 보냈고 최근에는 서울명륜동 자택에 있으나 측근교수·교직원이외 인사는 접촉을 피하고있다.
졸업식 다음날인 2월26일부터 부인 민영주 여사와 제주도에 3박4일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대전· 고대 조치원캠퍼스· 강원도의 동해안 일대를 혼자 여행했다.
지난10일 하오에는 시내 모 음식점에서 신임 이 총장을 비롯, 보직교수5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총장은 『짐을 벗은 것과 같이 홀가분하다』며 최근심정만 말했다는 것.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교수에 따르면 김 총장은 자신의 사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고 보는 것 같은데 나는 담담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