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높아진 미 소비성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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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미국사람들은 달러강세 덕분에 프랑스 포도주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 워싱턴 중심가의 한 주류소매점주인은 말했다.
값싼 포도주축에 드는 르피에도르는 1병에 2달러77센트에 소매되고 있다.
이에 비해 캘리포니아산 미국포도주 폴메송은 1병에 3달러85센트다. 술맛이야 각자의 구미에 따라 우열을 따지기 어렵겠지만 프랑스 포도주값이 미국 포도주값 보다거의 1달러나 싸게되니 소비자의 선호는 자연 프랑스포도주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래서 지난 연말부터 프랑스포도주가 잘 팔리고있다고 이 소매점 주인은 말했다.
포도주뿐 아니라 이달리아제 구두, 영국제 크리스를 컵과 바바리 코트, 스페인제 가죽제품들도 비숫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크리스탈 제품같은 사치품은 과거 서민들의 주머니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것이 요즘은 서민들의 구매범위에 들어왔다』고 우드워드 앤드 로드톱 백화점의 지배인은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달러화의 해외구매력이 지난5년동안 56% 올랐다고 계산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만도 영국·프랑스및 이탈리아화폐에 대한 미국달러화의 평가는 30%가 상승했다. 그 결과 외국상품이 몰려와 미국은 84년1천3백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83년의 거의두배나 되는 수입초과인 것이다.
가장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수입품목은 화학제품·음료수·기계류및 차량등이다.
수입품의 경우 달러 강세의 이득이 대개 유통과정에서 흡수되어 소비자에게까지 그 혜택이 미치는 폭은그리 크지 않다.
가장 큰 혜택은 달러를 가지고 외국을 여행하는 미국인이 얻게 된다.
영국 파운드화를 예로 들면 80년에 비해 달러화의 가치가 거의 두배로 올랐기 때문에 80년에 1백달러(50파운드)하던 호텔값도 이제는50달러가 되였다.
마찬가지로 3백달러 하던 바바리 코트는 이제 1백50달러가 되였다.
1년전 로마의 고급식당에서 석사를 하려면 20달러에 해당하는 3만3천리라를 줘야했는데 지금은 15달러면 된다.
이와같은 환율의 혜택을찾아 요즘 미국인들은 빈가방을 들고 유럽의 주요도시에 몰려가 귀금속에서부터 고급의류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치품을 사오고 있다고 미국신문들이 전하고있다.
미국인에 있어 요즘 유렵대륙전체가 「바겐세일」장이되고 있다고 최근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미국기자는 빈정됐다.
어떤 실업인 단체는 경비가 비슷하게 들기 때문에 미국내에서열 예정이던 연례회의를 런던으로 옮기기까지했다.
그래서 요즘 유럽의 큰도시에서는 호텔방을 구하기가어렵다고 한다.
재정적자가 2천억달러를넘고, 무역적자가 연간 1천3백억달러를 넘고있는 가운데 미국인들이 이처럼 날뛰는데대해 경종을 울리는 견해도 있다.
최근 미상·하양원 경제위원회 합동경문회에서 뒤퐁회사의 「에드워드·제퍼슨」회장은 『미국인들이 마치 아버지의 크레디트카드를 가지고 홍청망청돈을 쓰는 소년과같다』고 증언하고 『심판의 날이 곧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될것은 달러강세를 업고 유럽쪽에서 마구 돈을 뿌리는 미국인의 소비성향이 결국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로 나타나지않을까 하는 점이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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