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고급 아파트서 미라 상태 시신 발견…시신 방치한 아들 긴급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6개월간 방치된 80대 여성의 시신이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박모(84·여)씨의 시신을 방치한 혐의(사체유기)로 그의 아들 전모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박씨의 시신은 서울 한남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6개월간 방치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병원에서 투병 중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하지만 아들인 전씨는 시신을 인도받은 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지 않고 아파트에 보관했다.

박씨의 시신은 약 6개월간 아파트에 방치됐지만 집 내부가 건조한 상태로 유지돼 발견 당시 부패하지 않은 채 미라에 가까운 상태였다. 박씨의 시신 옆에는 전씨가 차린 제사상과 함께 촛불이 켜져 있었다.

박씨의 시신은 아파트 외벽과 유리창을 관리하는 청소업체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청소부 A씨는 지난 4일 오후 6시쯤 아파트 유리창을 닦던 중 박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전씨가 강하게 저항해 긴급체포 후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바빠서 장례를 치르지 않았을 뿐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었는데 왜 죄가 되느냐. 사체를 유기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시신을 방치한 정확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장례 절차 없이 시신을 집에서 보관한 전씨의 심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발현된 망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씨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곳에 시신을 보관하고 관리하며 어머니의 죽음을 부정하려 했다는 의미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리적인 이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장례를 치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부모에게 맞아 숨진 뒤 11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부천 여중생 사건’의 경우도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상이 발현된 경우다.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이모(47)씨 부부는 재판에서 시신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기도를 하면 딸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