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제3의 문화」운동 확산|"물질사회 청산 옛 생활로 돌아가자"|자연과의 융화·생태계 보호 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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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터너티브문화(Alternative culture=대안문화 또는 제3의 문화)라는 새로운 문화사조가 서독을 비롯한 유럽에서 널리 번지고있다. 인류 미래의 구원을 의한 새 시대 윤리운동이기도한 올터너티브문화운동은 오늘의 때묻은 물질적 현실주의를 청산할 갖가지 대안들을 광범위하게 제시한다. 대안문화운동이 제창된 것은 80년부터다. 현재 서독에서만 8만 명이 참가, 1만2천여 개의 프로젝트를 개발, 추진하고 있다. 이 문화운동의 주체는 학생과 교회목사들-. 운동은 정당이나 정권적 차원이 아니고 순수한 주민 주도로 새 시대의 윤리적 변화를 위한의식개혁을 제창한다.
대안문화의 축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호연대 및 일체감을 새로이 다지면서 현대문명을 재래의 것으로 대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소유를 향해 치닫는 「욕망의 문명」을 부정하고 기성체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것들, 소수의 문제로 제쳐놓은 일들, 경제성장에 밀려난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룬다.
대안문화의 역점운동은 자연과의 융화, 자연의 보호, 생태계 파괴방지, 인권옹호 등이다.이밖에 주민운동·평화운동도 맹렬히 전개한다.
현대문명에 대한 대표적 대안의 하나는 운동의 표어이기도 한 『모든 권력을 자전거에게』-.
대안문화 운동가들은 모두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도 중고품을 고쳐 사용한다.
자동차의 자전거 대체는 석유소비를 줄여 자원의 낭비를 막고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거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헌 자전거의 수리, 이용은 폐품활용을 통한 천연자원의 절약 및 자원의 재순환을 뜻한다. 넥타이 정장대신 스웨터복장의 근무를 권장함으로써 삶의 스타일을 바꾸려한다.
주민운동이 제시하는 대안의 체제는 저변민주주의-.
대안문화는 정부·정당·대기업의 관료적인 계획이나 기구편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철저한 『아래로부터 위로』의 저변결정을 최우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대의제 민주주의를 회의하면서 중요한 문제들은 국민투표에 붙여야한다고 강조한다.
대안문화의 기본정신은 단적인 물질의 풍요보다는 생활의 질을 추구, 보다 깊은 인간적 사랑·귀속감·공동체로서의 인간성연대·존경을 받는 생활을 사는 것이다.
먹는 것도 아주 색다르다. 극장이나 오페라좌의 공연 중 휴식시간에 일반 관객은 샴페인을 마시지만 대안문화인들은 싱싱한 당근을 씹는다.
싱싱한 무공해 자연식품을 즐기는 것도 재래적 방식의 삶을 오늘에 대체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대안문화는 『언어는 복장이상의 사상이다』, 『팬터지(환상)를 권좌에』라는 표어를 내세우면서 이 같은 의식생활을 강조한다.
수많은 대안문화운동의 프로젝트 중 주목을 끄는 것은 부자들의 사용하지 않는 저택을 점거, 사용함으로써 주택난을 해결하자는 일과 농촌공동체 구성, 자유공화국 건설 등이다.
대안문화인들은 80년 5월초 서독내에 벤트란트 자유공화국 수립을 선포, 독자적인 여권을발행했다. 한 택시운전사가 벤트란트 공화국여권으로 그리스여행을 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화국은 수립 1개월 후 중무장한 경찰에 의해 붕괴되고 말았다.
대안문화의 환경운동은 주로 공해산업과 다국적기업에 대한 비판, 핵발전소설치 반대 등이다. 이 운동은 천연자원의 절약을 위한 풍력발전소·태양열집열기 등과 같은 대안과학기술의 개발을 제창한다.
인권과 평화운동의 내용은 인종차별 반대, 노인·신체장애자 등의 소수집단 의견 존중, 제3세계 경제원조, 비폭력주의 등이다.
새롭게 대두한 대안문화는 후기산업사회가 파괴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본요건으로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강조한다. 그러나 아직 기성체제의 눈에서는 반문명, 이단으로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공기와 산하대지, 모든 동물도 인간과 함께 공존해야할 문명공동체로 받아들이는대안문화의 우주론적 구원관은 자연에의 융화를 거듭 갈파해온 동양의 노장·불교사상과도 같은 맥락이라 더욱 주목된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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