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디자인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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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더 많은 디자이너를 원합니다. 디자이너는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사용자가 즉각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로젠 서머슨 미국 RISD 총장
그래픽디자인 부문 미국 랭킹 1위
전체 수업 중 3분의 1 인문교양 필수
"한국 학생들, 재능도 많고 노력파"

지난달 하순 서울에서 만난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로젠 서머슨(62·사진) 총장의 말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RISD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과 함께 디자인계 학교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특히 그래픽디자인 부문은 미국 내 랭킹 1위로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 신세계 백화점부문 정유경 총괄사장 등이 동문이다.

지난해부터 RISD를 이끌고 있는 서머슨 총장은 에어비앤비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남는 방을 빌려주겠다는 아이디어 도 훌륭하지만 사실 모든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실현되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죠. 그들은 이 문제를 새로운 영역으로 가지고 와서 풀었어요.”

낯선 도시에서 맛보는 현지인 체험이라는 콘텐트가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툴에 담겨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처럼 RISD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의 실제 구현을 중시한다. STEAM(사이언스·테크놀로지·엔지니어링·아트·매스)을 강조하는 이유다. 학생들은 전체 수업 중 1/3은 인문교양수업을 수강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속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와 정치 등 인문학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 사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

신입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기초준비학습(Foundation Study)’도 RISD만의 독특한 시스템 중 하나다. “하루종일 실습을 하고 동료 들과 비평·토론을 계속 하다 보면 다들 녹초가 돼요. 하지만 더 많이 실패해야 더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하나가 실패하면 그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디자인은 다른 각도로 틀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를 재구조화하는 훈련이 더 중요한 셈이죠.”

1972년 사진가를 꿈꾸며 RISD에 입학한 서머슨 총장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산업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뉴욕 스미스소니언에도 작품을 전시하는 저명한 가구 디자이너다. 1887년 설립된 RISD에는 현재 59개국에서 온 2000여 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현재 학부에만 160명의 한국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대학원까지 매년 250명 정도가 졸업을 합니다. 한국 학생들은 재능이 많을뿐더러 노력파이기 때문에 성과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귀국한 동문 들이 홍익대·이화여대·국민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희망합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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