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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대기업 지정, 성장판 막는 족쇄 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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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어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의약품 업체 셀트리온,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과 함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총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기업집단, 곧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기업 집단 지정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성장 신화를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카오의 성공에는 승부사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김 의장은 창업 4년 만에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핵심 서비스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으로 영역을 넓힌 뒤 합병 전략으로 덩치를 키웠다. 2014년엔 국내 포털 2위 다음을 합병했고 이어 록앤롤(김기사)·로엔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카카오의 계열사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45개다. 벤처로 출발해 재벌 반열에 오른 것이니 축하할 만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대기업 집단 지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온갖 규제 때문에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 규제 법령만 35개에 달한다. 상호출자는 물론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일감 몰아주기도 할 수 없다. 카카오의 경우 당장 하반기 출범 예정인 인터넷 은행 ‘카카오 뱅크’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배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때문에 카카오가 현행법상 대주주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규제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온·오프 융·복합이 대세다. 페이스북·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이 신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낡은 규제론 신산업의 뒷다리를 잡기 십상이다. 업종별·산업별로 대기업 집단 요건을 차별화·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8년째 그대로인 자산 5조원 기준도 검토 대상이다. 자산 상위 기업에 대한 규제 효과는 적은 대신 자산이 적은 기업만 과잉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자산이 5조1000억원이지만 자산 348조원인 삼성과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재계는 이를 1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인데 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