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크론병 수술 환자, 재발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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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가족사랑회 문현준 회장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크론병은 10~20대 젊은 나이에 발병해 평생 간다. 장관 협착이나 누공, 천공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가수 윤종신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크론병 투병기를 언급한 후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질환의 어려움을 ‘화장실을 급하게 가야 하는 정도’로 경미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 기고] 크론가족사랑회 문현준 회장

 크론병은 젊을 때 발병하기 때문에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수술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진단 후 10년 이내에 장 절제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론병은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를 거쳐 생물학제제 치료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모든 약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장 절제술을 선택한다. 장 절제술은 염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보다 장의 협착·누공과 같은 합병증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염증 관리를 위한 치료는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수술 받아도 염증 치료 계속해야

크론병 환자 중에는 장 절제 수술을 받은 후 4개월이 채 안 돼 재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수술 후 치료요법은 생물학제제 치료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수술 후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 대부분은 이 치료요법을 쓸 수 없다. 현재 생물학제제의 보험 급여 기준에는 수술을 받은 크론병 환자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크론병은 수술을 받아도 완치되지 않는다. 최대 10명 중 9명의 환자가 재발한다. 수술 후 관리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명확하지 않은 기준 탓에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환자는 언젠가 질환이 재발할 것이란 두려움을 평생 안고 산다. 크론병 환자가 장 절제수술 후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받는 건 암환자가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 것과 같다.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가 잘 이뤄져야 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환자가 보험 혜택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면 정부는 재정난을 얘기한다. 크론병은 이미 희귀 난치성 질환자 산정 특례 대상 질환으로 지정돼 있다. 환자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이 중 수술 치료를 경험한 환자는 매년 400여 명이 안 된다. 재정난을 핑계 삼아 방치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다. 특히 크론병 환자의 대다수가 청년이다. 이들에 대한 고려는 대한민국의 미래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필수적이며, 효과적인 재정 투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의 현명한 선택으로 젊은 환자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크론가족사랑회 문현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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