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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받은 집, 급매보다 비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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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초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있는 60㎡(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를 낙찰받은 김모(55)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꼭 낙찰받겠다는 마음에 감정가(1억8500만원)보다 높은 2억3199만원을 입찰가로 써냈기 때문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25%다. 49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첨됐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인근 중개업소에 같은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가 2억25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김씨는 “명도를 위해 선순위 임차인에게 준 이사비용 등 부가비용까지 따져보니 급매물을 샀을 때보다 1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것 같다”며 “복잡한 경매 절차를 거쳐 가며 낙찰받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파트 경매 '고가 낙찰주의보'
경쟁 치열해져 낙찰가율 92%
27%가 감정가보다 비싸게 사
추가비용·깡통주택 여부 따져야

최근 아파트 경매 시장에 ‘고가 낙찰 주의보’가 내렸다.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나온 급매물보다 비싼 값에 낙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서울·수도권에서 법원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은 아파트 경매물건 중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된 물건은 27.5%에 이른다. 서울은 더 높은 31%다. 10건 중 3건은 고가 낙찰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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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 기준.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고가 낙찰은 전체 낙찰건수 대비 낙찰가율 100% 넘는 건수 비율 . [자료:지지옥션]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가 낙찰은 대개 전체 낙찰건수의 5% 안팎인데 최근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하는 경매물건을 낙찰받으려는 사람들이 금액을 높이면서 고가 낙찰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평균 낙찰 경쟁률은 9.9대 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16일 주인을 찾은 인천 서구 마전지구 마전3차풍림아이원 84㎡형 입찰 경쟁률은 30대 1이다. 같은 달 21일 낙찰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46㎡형 입찰엔 27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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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 기준.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고가 낙찰은 전체 낙찰건수 대비 낙찰가율 100% 넘는 건수 비율 . [자료:지지옥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오르는 것도 고가낙찰을 부르는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가율(지난달 25일 기준)은 71.1%, 수도권은 77%다. 김재일 스토리옥션 대표는 “전세를 줄 경우 필요한 실제 자금 부담이 적어지면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낙찰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찰가율도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평균 아파트 낙찰가율은 91.8%다. 감정가 2억원인 아파트가 평균 1억8360만원에 낙찰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이 주춤하고 있어 경매에 나서기 전 정확한 시세 확인이 꼭 필요하다. 경매 입찰가의 기본이 되는 감정가는 대개 6개월 전에 정해진다. 특히 다세대나 연립주택 같은 빌라는 같은 주택형이라도 평면이 각각 다를 수 있어 입찰 전에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선임연구원은 “그 사이 집값이 떨어졌다면 현재 시세와 가격차가 크지 않을 수 있는 데다 경매는 명도 등으로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 비슷한 가격이라면 급매물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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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 기준.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고가 낙찰은 전체 낙찰건수 대비 낙찰가율 100% 넘는 건수 비율 . [자료:지지옥션]

수리비·밀린 관리비 등이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관리비나 도시가스요금이 수백만원씩 연체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이 장기화하고 있어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이 집값을 넘는 ‘깡통주택’도 조심해야 한다. 명도가 쉽지 않은 데다 손실 위험이 크다.

아파트는 근저당 설정보다 먼저 입주한 선순위 세입자가 있다면 배당신청 기간에 배당요구를 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세입자가 배당신청 기간에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낙찰자가 별도로 임차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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