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팬 블랙홀’ 마카오, 전용공연장도 없는 한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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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신천지로 떠오른 코타이 스트립의 베네시안 호텔 내 ‘코타이 아레나’. 유명 복서 파키아노의 경기가 열렸던 이곳에 지난달 5일 BtoB·포미닛·비스트가 참가한 K팝 공연이 열렸다. 이날 아레나 입구는 공연 시작 5시간 전부터 중국·대만·싱가포르·홍콩 등에서 비행기를 타고 몰려 온 한류 팬들로 북적거렸다. 오후 8시 BtoB를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되자 1만5000석을 가득 메운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손가락에 낀 소형 형광등이 곳곳에서 번쩍거리는 가운데 팬들은 한류 스타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마카오의 지난해 카지노 매출은 전년보다 34%나 급감했다. 하지만 마카오는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새 성장동력은 가족·기업을 동시에 겨냥한 복합리조트 단지다. 마카오는 카지노 매출이 줄어든 대신 복합리조트를 내세워 비행시간 5시간 거리 이내 30억 인구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복합리조트가 들어선 곳은 마카오 앞 갯벌을 메워 작은 섬 두 개를 연결해 만든 코타이 스트립이다. 이곳은 대형 컨벤션 행사를 비롯해 국제 비즈니스에 적합한 관광인프라가 몰려 있다. 카지노를 내세우지 않고 가족 단위의 리조트 개념을 강화해 세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놀이시설·명품쇼핑몰·수영장·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췄다.


중국 정부가 1990년대 말까지 코타이 매립을 끝내자 가장 먼저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기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다. 샌즈그룹은 2007년 베네시안을 시작으로 포시즌스를 비롯해 호텔 7개를 코타이 스트립에 열었다. 샌즈그룹은 호텔 7개를 ‘하나의 지붕 아래 둔다(under one roof)’는 전략 아래 복합리조트를 구축했다. 이곳에는 관광객 2만 명이 동시에 투숙할 수 있다. 기업인 수천 명을 불러들이는 대형 컨벤션을 동시에 서너 개씩 열 수 있는 규모다. 복합리조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샌즈그룹이 고용한 종업원만 27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87%가 마카오 주민이다.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가족과 기업 회의에 초점을 맞춘 복합리조트가 구축되면서 지난해 68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마카오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최근 10년 사이 9배나 늘었다. 반면 한국은 K팝의 종주국인데도 전용공연장이 없어 마카오·싱가포르 등에 관광객을 빼앗기고 있다.


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2020년에는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관광수용력 확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 복합리조트 건설에 뛰어들었지만 그마저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의 마카오를 꿈꾸며 추진 중인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3곳 중 가장 먼저 착공한 미단시티 복합리조트는 최대주주인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계획대로 완공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계희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 복합리조트는 해외에 비해 규모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며 “카지노는 엄격하게 관리하되 과감하게 투자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6~7면


마카오=김동호 논설위원, 최준호 기자?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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