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대학강단에 문인들 대거 진출 |문순태·조태일·박범신씨 등 7명이 강의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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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인들이 올해 대거 대학강단에 진출하고 있다. 2∼3년 전에 대학원진학 붐을 탔던 문인들이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학위코스에 들어감으로써 대학강의의 길이 열렸다. 문인들의 대학진출은 대학 측으로서도 지명도 있는 문인들에 의한 창작중심의 강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 앞으로 그 폭이 넓어질 것 같다.
소설가 문순태씨는 순천대 국문과에 전임으로 나가게됐다. 시인 조태일씨는 경희대와 단국대에 출강하게 됐고 소설가 전상국씨는 강원대에 전임강사로 나간다. 소설가 김용성씨는 인하대에, 김원우씨는 추계예술학교에, 박범신씨는 대전의 배재대에 각각 출강한다. 시인 김영석씨도 배재대에 나간다.
처음으로 대학강의를 맡은 문인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 소설가 김용성씨는 강의안을 만들기 위해 서점에 들러 여러 가지 문학이론서를 구입하여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문인들의 대학강의는 김동리·황순원·서정주·박두진씨 등 원로급에서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그러다가 50대 중진급에서는 멀어졌었다. 지난해와 올해 대학에 나가게된 40대들도 대부분 출판사 등에서 근무하다 대학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출판사에 있기에는 나이가 들고 또 작품만 써서는 생활하기 어려워진데 원인이 있다. 또 문학을 이론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욕구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인들은 대학진출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소설가 김원우씨는 『대학원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 소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고 문학에 대한 집착력이 강해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선배들의 소설을 볼 때 감상위주·문장위주로 보아왔는데 대학원과정을 거치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를 하게됐고 인물이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는 힘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창작에만 몰입하여 있다가 문학사와 이론을 공부하게 됨으로써 문인들은 우리 문학의 허점과 강점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됨으로써 자신의 문학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안이한 자세에 대한 반성도 생겨난다고 말하고있다.
대학으로서는 이론을 전문으로 한 사람보다 작품창작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강의가 부드럽고 또 실례를 들어 설명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설대학이나 지방대학에서는 의도적으로 지명도 있는 문인을 초빙하는데 이도 학생들의 호응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인들이 대학강단에 서는 경우 창작이 위축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창작위축현상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왕성한 발표를 했던 문인들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꾸준히 작품을 내고있다.
외국의 경우 문인들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대학의 직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초빙교수·방문교수와 같은 제도가 있어 생활과 강의가 무리 없이 연결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솔·엘로」씨가 시카고 대에 초빙교수로 나가는 것 같은 것이 그러한 경우다.
이론강의보다 테크닉을 지도하는 선에서 충분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자유스러운 분위기보다는 딴 교수들과 같이 대학제도 속에 합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창작을 위해서는 보다 큰 고통을 겪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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