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숙 16년간의 정든 코트와 "아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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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자농구의 세계적 스타인 박찬숙(朴贊淑·26·태평양화학)이 정든 코트를 떠났다.
박찬숙은 4일 동방생명과의 점보농구 3-4위전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16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체력의 한계를 느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이제 은퇴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담담히 말하는 박은 『소속팀인 태평양화학을 점보시리즈에서 챔피언에 올려놓고 멋지게 은퇴하려고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상해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두고 돌아온 박은 이번 점보시리즈에서 소속팀에 마지막 봉사를 밝힌 바 있다. 그 뒤 태평양화학 회장인 서성환(徐成煥) 대한농구협회장은 박에게 1년만 더 뛰어줄 것을 요청, 그 동안 교섭을 벌여왔으나 박의 은퇴의사를 번복시키지 못했다.
서회장은 5일 최종으로 박을 만나 내년까지 현역에서 뛰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박은 코치로 남을 뜻을 밝혀 결국 은퇴가 확정되고 말았다.
박은 지난2년간 사귀어온 서재석(徐在錫·28·오퍼상경영)씨와 오는 가을 결혼할 예정이다.
박찬숙의 시대는 한국여자농구의 화려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박은 지난해 LA올림픽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으며 이어 상해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떨쳤다. 중공의 매스컴들도 박을 아시아최고의 슈퍼스타로 뽑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75년 숭의여고 1년 때 1m90cm의 큰 키로 대표팀에 선발된 박은 제7회 콜롬비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미스 월드 바스킷볼』에 뽑히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여자농구가 중공의 거센 도전 속에 아시아4연패(連覇)의 위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박과 같은 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8년 1억(億)원대의 스카웃 화제 속에 태평양화학에 입단한 박은 지난 7년간 태평양화학을 무적함대로 만들었다.
그 동안 박이 이끄는 태평양화학은 전국규모대회에서 26차례 우승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박은 이제까지 해외원정만 40여 차례 하면서 국가대표로 국제대회만도 17차례나 출전, 한국여자농구를 빛냈다.
국내경기 1백38게임에서 1백29승1무8패를 기록했으며 3천33점을 올려 게임당 25점을 마크했다.
박은 60년대 말 한국여자농구를 세계에 알린 박신자(朴信子)와 크게 대조를 이룬다. 박찬숙이 테크닉에선 뒤지나 신장은 10cm이상 커 파워에서 박신자를 압도, 앞으로 10년 안에 이 같은 대형선수의 출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농구인들의 중론이다.
대한농구협회는 오는 10일 은퇴식을 베풀어주기로 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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