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과 명상이 큰 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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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머리깎고 입산출가한 스님은 아니지만 남다른 인연으로 26년째 절에서 살고 있다.
산사에 묻혀 혼자 살되 오랜 세월 청소년 불교운동에 몸담아 온 나는 주로 포교일선에서 법회를 지도하는 일을 맡고 있다. 매월 신도회 정기법회 2차례, 토요일·일요일엔 어린이법회에서 청년법회가 계속 열려 짬이 없다.
평일엔 손님을 맞고 경전을 공부하고 책도 읽는다.
모든 공해로부터 자연과, 고요와 적막만이 감도는 산사속의 나를 돌아보노라면 동화속의 주인공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선창을 때리며 스쳐가는 바람과 낙엽구르는 소리, 텅빈 가슴을 적시는 풍경소리, 새소리,염불과 목탁소리, 그리고 얼음밑을 헤집고 흐르는 물소리.
바깥세상과는 다른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화하는게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혼자 사는 몸이어서 가족과 함께 산을 오르고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고 외식을 즐기는 뜨끈뜨끈한 가족애는 없어도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서 좋다.
우이동 계곡을 타고 흐르는 삼각산 정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들어와 혼자 책상 앞에 앉아보는 10분간의 좌선과 명상이 내겐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이 시간만은 우주가 나의 것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곧 우주의 주인임을 깨닫는 즐거움.
그러나 마음을 한없이 좁게 가지면 우주는 커녕 바늘 하나 조차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 마음을 크고 넓게 가지고 좌선에 들 때 우주는 내 품에 와서 안긴다.
좌선은 각박한 삶의 테두리 안에서 감정마저 메말라가는 우리의 심성을 맑게 걸러내는 여과기요, 명상은 좁은 마음을 활짝여는 열쇠와도 같은 것이다.
나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좌선과 명상으로 마음을 맑게 해보라고 권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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