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정례회견 공수표 안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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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장관님은 소관부처에 관한 기사가 나오는 것을 싫어하니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더군다나 아직 위에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정부 각 부처 출입기자치고 실무 국·실장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지 않은 기자는 별로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정책발표 기피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관료사회외 고질적인 중병이다.
이러한 형편에 노신영국무총리 서리가 취임후 사실상의 첫 국무회의인 28일의 국무회의에서 『각 장관들은 매월 1회이상의 정례적인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시책의 주요내용을 소상히 알리라고 지시한 것은 노총리 서리에게 쏠리고 있는 여러가지 「기대치」를 고려해 볼 때 상직적 의미이상의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준다.
물론 과거에 이러한 지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문공부당국자는 『앞으로 각 부처 장관들의 기자회견을 수시로 갖도록 하겠다. 지금 1백여개의 정부시책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공식발표했지만 한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유이무이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또 가뭄에 콩나듯이 간혹 장관들을 만나게되는 경우에도 으례 『검토해보겠다』 『앞으로 더 연구를 해봐야한다』는 이상의 소신있는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말해서 「위에 보고가 되기전에 터져 나가면 골치 아프다」는 사고방식이 박혀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입안과정은 철저하게 숨겨지고 어느날 갑자기 「중대발표」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음성적이고 비공개적인 관료사회에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정부시책에 대한올바른 이해를 돕도록하여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행정이 되도록 하라』는 노총리서리의 당부가 「신선한 자극제」가 됐으면하는 바람이 크다.
물론 관료사회에 체질화되온 이러한 병폐들이 단순히 지시하나만으로 쉽게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노총리의 이같은 공개행정방침에도 불구하고 총리실 자체에서는 이미 발표가 된적이 있는 지자제실시연구위원회 규정같은 것을 차관회의때부터 보안요청하는 등 손발이 안맞는 일면을 보이기도했다.
또 각 부처의 기자회견이 정부정책의 일방적인 홍보나 선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을 알릴 뿐 아니라 알려진 일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정부와 국민의 의사가 서로 전달되는 채널이 되었으면 싶다.
총리의 의욕이 「다른 곳」에서 왜곡되지 않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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