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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수사 희생자 다시 없기를...|3년6개월만에 웃음되찾은 고숙종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거듭태어난 심정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나같은 억울한 희생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바랄뿐입니다.
3년6개월 동안 서울원효노윤경화노파 피살사건의 「살인범」이란 주홍글씨를 달고 다녔던 고숙종씨(49·여·서울 정능동 290의41).
고씨는 26일 하오3시쯤 남편 윤영배씨(51·피살된 윤노파의 조카)로 부터 대법원의 「무죄확정판결」소식을 전해듣는 순간 『이제야 누명을 벗었다』며 복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비명에 돌아가신 시어머니 윤씨에게 며느리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드려 기쁩니다. 그리고 복잡한 사건을 맞아 끝까지 애써주신 김형준변호사님, 강지영 대법원판사님에게 말로 표현할수 없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건이후 기독교신자가 돼 지금은 동네 성수교회의 집사인 고씨는 이날 새벽에 삼각산 기도원을 다녀온 뒤 하루종일 정능 친척집에 있다가 하오11시쯤 집에 와 남편과 딸 미경(23)보영(22) 원경(16)양 세자매와 외아들 성원군(20·재수생)을 얼싸안고 또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고씨집에는 고씨가 살인범으로 몰려 곤혹의 나날을 보낸지 3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먹구름이 걷힌 듯 환한 웃음이 터져나왔고 친지들로부터 축하전화가 빗발쳤다.
고씨는 물론 고씨가족들도 「돈에 눈이 먼 살인범가족」이라는 주위의 눈총 때문에 그동안 숱한 곤욕을 치렀다며 「감사」의 가족예배를 올렸다.
『나를 고문했던 경찰관을 고소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와서 그문제를 따진들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다만 아이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게 가슴아플 뿐입니다.』
출소후 6개월 동안 집 문밖에도 나가지 못한채 의사인 친정아버지(72)의 치료를 받아왔으나 지금도 허리와 어깨의 통증 때문에 매월 진통제값이 3만여원씩 든다고 했다.
그동안 무죄확정이 안돼 국가보상도 받지못한채 사건후 음대 3학년, 1학년에 다니던 두딸이 학업을 중단하고 조그만 회사에 나가 생활비를 보태온 것이 가장 안스러웠다는 것.
그러나 계류중인 국가보상이 3월중으로 처리되고 숨진 윤노파의 재사을 친척들과의 약속에따라 무죄확정을 받았기 때문에 떳떳이 분배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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