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정착으로 대학기능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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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원자율화 조치가 취해진 지난해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한해였다. 오랫동안 타율의 구조속에 안주해온 우리대학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지만 지난해 우리대학이 겪어온 고뇌와 몸부림은 뜻밖으로 격렬한 것이었다.
본인은 학원자율화조치 2년을 시작하면서 대학은 국가와 우리사회의 요구들에대해 보다 폭넓게 성찰하고 각오를 해롭게 하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국제경쟁은 어떤의미에선 그본질이 교육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물론 앞으로 맞게될세기는 산업구조가 고도로 전문화·기술화되고 따라서 더 높은 기적수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학교육이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거나 이같은 노력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이시대나 사회에 대한 채무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 될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다시피 우리의 대학들은 그동안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팽창과 한께 양적인 확대만을 거듭했을뿐 질적인 수준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대학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나 대학당국의 그동안의 노력역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들이 교육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극복해야할 과제는 우선 학원 이 소요를 단절하고 자율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본인은 신학기를 맞아 우리의 대학들을 만성적인 소요로부터 구출하기 위한 무슨 비방이나 특별한 처방을 갖고 있지 않다.
본인이 내세울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취한 학원자율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며 자율화를 정착시키는 길만이 우리 대학의 궁극적인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뿐이다.
지난날 학원이 안정되지못한 원인을 분석해볼 때 여러 가지 진단이 가능하겠으나 기본적으로는 학원소요를 너무 대응요법적으로만 대처해온데 그 근복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본인은 지난해 겪은 많은 시련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자율화만이 우리대학을 극심한 혼란에서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본인은 자율화를 정착하기까지의 진통은 지난해 우리 모두가 겪은 교훈으로 족하다고 믿는다.
그것은 자율이 결코 방임이 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범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만이 정착될수 있다는 것이다.
학내질서를 파괴하거나 민주체제마저 부정하는 일부 극렬학생들의 소요행위는 용납될수 없으며 이는 자율화정착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최대의 장애무리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원자율화의 기본구조는 우선 대학이 자신의 권위를 가지고 스스로의 손으로 학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면학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일이고 여기에는 전체질서와의 조화속에서 철저한 자기통제와 창조적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율화는 그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대학을 본연의 대학으로 기능하게 하는 전체이며 수단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또한 교권의 확립없이 우리는 자율화의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내질서 유지에 관계되는 일체의 불법행위에 교권는 제때에 빠짐없이 개입해야할 것이다. 학내 기물파손, 폭력, 화염병투척, 도서관 점거, 학교시설의 아지트화, 타학생의 수업방해등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에 관계없이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것이며, 이를 통해서만 교권이 설수있다는 것이 니난해 우리들의 경험이다.
본인은 대학의 학사운영에 대한 정부의 간여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공개념이 점차 강조돼가는 추세에서 최소한의 간여는 불가피한것이고 경구에 따라서는 오리려 적극적인 간여가 바람직한 경우도 있겠으나, 될 수있는대로 정부는 원칙적인 방향만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모든일을 대학하는데 그치고 모든일을 대학자신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가 이번 학기부터 학도호국단대신 학생자치기구의 신설을 허용한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되어야할 것이다. 새로 발족되는 학생자치기구는 그 명칭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부가 대학자신의 결정에 맡겨져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이 기구의 정착과 운영은 명실공히 대학의 책임하에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개학과 함께 우리 모두가 다같이 걱정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는 우리대학이 현실정치에 오염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지난번 국회위원 선거기간에 고조됐던 정치분위기에 편승하여 일부 운동권 학생들이 학생운동이란 이름으로 정치 투쟁을 벌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학원이 현실정치에 물드는 것은 진정한 대학인이라면 누구나 결계해야 할 일이다. 잘 아는바와 같이 모든 사회집단은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고유한 영역이 있으며 이 영역이 잘 지켜지고 각자의 역할이 충실할 때 비로소 그 전체집단은 높은 기능을 발휘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학원은 어디까지나 교육의 장이 돼야 하며 교육은 현실정치에 초연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 것은 미래의 일꾼을 키우는 학원의 본질적 속성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공부하는 학생이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그 자신과 국가를 위해 다같이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학생들의 정치참여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대학의 권위를 실추시킬뿐 아니라 우리의 학원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로써 더 이상 고려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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