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거대한 겨울왕국의 입체화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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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8강전 2국> ○·스 웨 9단 ●·김동호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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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보(57~67)=57은 수습의 맥 같지만 우직하게 58로 밀어가니 신통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59로 이은 형태가 나쁜 형태의 대명사로 불리는 ‘빈삼각’인 데다 60부터 64까지 얻어맞으며 몰리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65까지, 중앙 백돌 여섯 점을 잡았으나 이 일련의 진행은 ‘흑이 중앙 백을 잡은 것이 아니라 백이 활용 끝난 중앙의 돌을 아낌없이 버렸다’고 해야 옳다. 여섯 점을 버리면서 중앙에 길게 쌓은 빙벽은, 좌상귀 쪽 굳힘과 좌하귀 화점 그리고 상변에서 우상귀 쪽으로 바짝 다가선 백△들과 호응하는 거대한 겨울왕국의 입체화를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66의 후수로 우변을 지키는 스웨의 표정이 느긋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상귀, 우하귀, 중앙 흑의 실리는 발전성 없는 정체상태인데 대범하게 중앙을 버리면서 얼음 벽을 쌓은 백의 세력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다.

검토실에선 57로 ‘참고도’ 흑1 이하의 진행은 어떤가, 하는 이견이 있었다. 백의 봉쇄는 피했으나 흑5까지 곤마로 쫓기며 상변 백과 호응하는 세력을 쌓게 해주는 이 형태가 실전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 박영훈 9단의 견해.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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